녹조라테, 여전히 멋진 대청호
너무 더워 엄두도 못 내던 주말 산책을 시작했다.
마음보다 더딘 가을. 더워도 덜 덥고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땀이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가볍게 김밥이나 햄버거 정도 가방에 넣고 오이나 과일, 과자 한봉, 그리고 따뜻한 커피와
다이땡표 의자 두 개와 테이블을 싣고 다니는 산책은 나에겐 여유로움이다.
매일 지나치던 부소담악.
대청댐은 그 어느 곳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아주 짧은 산책로여서 주말에 잠깐 바람을 느끼는 데는 이만한 곳도 없을터. 소나무가 고고하게 서있고
사이사이 보이는 대청호는 아쉽게도 때가 때인 만큼 녹조라떼이지만, 이 또한 익숙하고 받아들이니 한 폭의
그림 같고 멋진 엽서 같았다.
잔잔함이 마음을 녹여주고, 초록빛이 감싸주며 햇빛이 안아주니 쉼, 쉼 그 자체였다.
제때 슬쩍 불어주는 바람, 힐링이다.
백일홍이 여전한 거 보니 아직 여름이다. 백일동안 핀다는 꽃이 져야만 가을이라던데.. 하늘도 아직은 여름여름하고 가을을 서둘러 불러보지만, 다 때가 있는 법. 귀한건 기다려야 한다.
지나가다 멋진 풍경이 있으면 의자하나 얼른 꺼내 커피 한잔하며 그냥 앉아있기만 하는 가을이 그립다.
무심코 불어주는 가을바람에 머릿속이 싹 쓸리듯 청량한 가을이 어서 왔으면...
둘이어서 더운 게 아니라 둘이어서 쓸쓸하지 않은 가을을 부르며
여름 끝자락의 산책으로 여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