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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Sep 03. 2023

나의 보물섬. 대천바다

식상하다 말하지만 그건  익숙함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마도 대천을 사랑하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시간반거리를 제집 들락거리듯 쉽게도 달려갔기에  대천 얘기만 나오면 심드렁해진다.

바다가 대천밖에 없냐고 투덜거리지만 먹부림에 거부할 수 없음은 인정하고도 또 인정.


회가 먹고 싶으면

꽃게가 먹고 싶으면

물회가 먹고 싶으면 달려가는 우린

점심 물회 한 그릇이 먹고파 정신없이 움직였다.


우리의 최애 물회집.

점심특선은 단돈 만원.

실낱같은 양배추를 소면과 함께 떠서 회한점 올려서 먹는 물회한입은 그야말로 그 먼 길을 보상해 준다.

한 그릇 뚝딱하는 내내 회를 아끼지 않아도 한 젓가락에 한 점씩  평등하게 먹을 수 있으며  입가심으로 마지막 한입은 평범한 초밥은 숨 막히도록 좋다.   한 번도 덜하지 않아 배불리  먹고  대천을 잘 왔다 싶게 만드는 나의 맛집리스트 1.

아귀포를 김조각을 경쟁하듯 나눠주는 이곳.

언제부턴가 이에 달라붙지 않고 부드러운 쌀과자까지 푸짐하게 나눠주는 대천항 골목은 소소한 문화가 되어 버렸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로 주차하기 위해 두어 바퀴를 돌았지만 설레는 이맘으로 용서할 수 있음 ㅎㅎ


한번 단골 하면 한눈팔지 않고 직진할 줄만 아는 우리는

항상 가는 가게에서 꽃게랑 회를 샀다.

지금은 수케를 먹을 때. 보름이 지났으니 속은 꽉 찼을 테고

배딱지가 깨끗하고 단단한 걸 골라야 한다지만

집게발을 흔들어대는 살아있는 녀석들을 일일이 집어 확인한며 산다는 건 불가능일. 이래서 단골이 필요하다.

만지고 눌러보며 골라주는 쥔장은 살뜰함.

게다가 항 입구에  행사함을 알고 왔지만 자세하게 안내해 주셨다. 꾀나 많이 몰려있던 인파가 생각나 아들과 나는 줄을 서야 했다.

국산 해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행사였다. 분명 득템이었지만

급조된 행사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준비들.

여직원 네 명이서 부스아래 앉아있고 네 줄로 서있는 사람들은 뙤약볕에서 다닥다닥 붙어 줄 서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전화번호 이름 입력하고

영수증 확인해서  입력하고

상품권과 영수증 사진 찍어 등록하는 업무였다. 그런데 왜 그리 오래 걸리냐고. 커다란 선풍기라도 한두 대 있어더라면

 중간중간 볼펜이라도 미리 준비했더라면. 네 줄이 아니라 최소 여섯 줄만 되었더라면. 아쉬웠다.

저만치 테이블  하나위에 달랑 두 개 있던 볼펜이 여러 개로 나중에 늘어났지만 그사이 줄이 흐트러지고 늦어지는 줄로 서로 큰소리가 나고. 오랜 기다림으로 남자들은 그냥 가자는 핀잔이 넘쳐나고 나처럼 시간이 촉박한 사람은 일정이 꼬여버리고 기차시간 때문에 짜증 내는 사람. 암튼 너무 오래 걸렸고 더웠다. 사만 원을 받고도 화가 나는 상황. 그들 나름 원칙이 있었겠지만 그 누구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일처리 하는 여자분 네 명은 기계 같은 표정으로 절대 소비자의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도 선풍기 하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높은 분들이 앉아서 있는다면 그리했을까.

상품권은 받았지만 씁쓸했다.

늦어진 탓에 정신없이 먹느라 그 먹음직한 꽃게 사진을 한 장 못 찍고 먹방돌입.

음식으로 힐링한다는 말을 몸으로 느끼며 함께 기울인 소주는 우릴 더위 굳건하게 했다.

쫄깃하고 감히 달콤한 회.

담백하고 녹아드는 꽃게살.

고소한 게딱지비빔밥.

어제 모인 다섯 명은 눈으로 말했다.

벅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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