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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Aug 09. 2023

 찬밥을 거부했다

엄마밥도 어머님의 밥도.

엄마기 밥을 푼다.  분명  갓 지은 밥은 할머니, 아빠, 오빠, 남동생을 주고 찬밥은 여자들 밥그릇에만 담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다 찬밥이 한 공기정도 남으면 소리 없이 엄마 밥공기에 담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엄마가 안쓰럽거나 고맙다는 생각은 커녕 답답했다.  

내가 엄마가 되면 공평하게 나눠주리라 맘먹었다.


김나는 밥통에 찬밥을 붓고 쓱쓱 섞어 버리곤 했다.

어쩔 수 없이 아빠도 같은 밥을 먹어야 했고, 나는 이 작은 평등이 좋았다.

아빠는 허허하고 웃었지만, 그러지 말라는 엄마의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못 들은 척 매번 뒤섞었고 도저히 말을 안 듣겠다 싶었던지 엄마는 밥주걱을 내게 주지 않았다.

투덜거림의 입막음이었는지 진짜 엄마의 사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점차 내 밥공기에는 찬밥보다는 갓 지은 밥이 더 자주 담겼다.

사랑한다면서 매번 공평하지 않았기에 이조차 그리 좋지 않았다.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주는 것 같아서.


결혼 후, 시댁은 찬밥은 물론 여자들은 따로 밥상을 차려 주방에서 먹었다. 96년도였으니 기암 할 노릇이다.

매일 그런 건 아니었지만, 가끔씩 자리가 모라자란다는 핑계로, 빨리 먹고 음식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작은 밥상에 형님과 어머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밥을 먹었다.

그 많은 반찬을 해놓고 몇 가지만 올려 대충.

처음엔 놀라서 그냥 먹고

고민하다 그냥 먹고

세번째 그냥 본능대로 움직였다.

작은 밥상을 치우고 함께 큰 상에 좁좁하게 끼어 앉아 함께 먹기 시작했다.

아버님도 웃으시더니 붙어 앉았다.


밥솥을 여니 한 공기 정도 밥이 남아있다. 어쩐다.....

냉동시켜 두었다가 다음에 먹을까?  아님 예전처럼 둘둘 섞어 다 함께 먹을까.

쌀을 씻어 안쳤다. 귀퉁이에 찬밥을 올리고  취사를 누르고.

다시 새 밥이 되었다.  예전에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과연 달라졌을까?

데워도 찬밥은 찬밥이니 또 다시 차별섞어 밥공기를 채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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