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을 정리했다
어쩌면 내가 정리되었을지도 모른다
깨똑, 깨똑.. 깨똑.
한해 첫날을 깨똑소리에 깼다.
새벽부터 울리는 깨톡소리는 나를 심하게 찌그러뜨리고 점점 이불속을 찾게 한다. 그래도 첫 날인만큼 일 년 내내 이불을 동굴로 만들더라도 오늘만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한눈 간신히 뜨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새해를 알리는 시 한 편. 언제나 부지런한 시인이 새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부지런함이 그 야들야들한 감성이 부러워 꼬물꼬물 온몸으로 표현해 본다. 물고기의 살랑거림처럼. 난로 위의 쫀득이처럼. 그리고 번뜩 일어났다
정형화된 새해인사. 검색만 하면 우수수 떨어지는 이미지들이 날아오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이미지 아래 한 줄이라도 써주면 그건 또 반가워 득달같이 주저리인사를 전하지만. 어장의 물고기를 관리하듯 똑같은 이미지를 단번에 대량으로 살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나마 그 수없이 많은 사랑들 중에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휴~하고 안도의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암튼 싫었다.
그런데...
올해는 잠잠하다.
너무나 잠잠해 핸드폰을 자꾸 만지작 거렸다.
뭐지?
지난해에는 내 주변인들을 조용히 정리했다.
그냥 늘어선 카톡인들을 정리하고.
연락받아도 그리 반갑지 않은 카톡인들은 과감하게 없애고.
속에 없는 말은 안 했더니 저절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쩜 내가 정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복잡한 감정.
너무 시끄러울 때는 감사함은커녕 시끄럽다, 의무적이다라며 고개를 흔들어댔는데 너무 조용하니 이 또한 고개가 저어진다.
모자란 이의 정신 못 차리고 널 띄는 이 감정선.
그래서 시선밖으로 과감하게 나서지 못했었나 보다.
난 관종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 사생활을 내보이지도 않는다. 늘 폐쇄적인 모양새로 그 어디 언저리에 살짝 걸쳐있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과감하게 마음을 하나둘 정리했었다. 생활의 동선도 줄이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살았더니 맘이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시선의 끝에서 밖으로 나섰는데 금세 새해 인사 하나에 또다시 휘둘리다니.
늘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늘 답장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어릴 적 카드를 보내듯 한 자 한 자 그를 생각 하며.
그랬더니 내가 답장을 받고, 자꾸 대화가 이어졌다.
서로 응원하며 좋은 날을 기원하며
급기야 사랑고백까지 ㅋㅋ
나랑 똑같이 멋대가리 없이 뻣뻣한 친구들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래, 올해는 모든 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소식을 전하며 살자.
좋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아끼지 말자.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보는거다.
깨똑.
"목요일, 같이 밥 먹어요."
또 한발 늦었다.
그 대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