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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Jan 11. 2024

근시가 우리에게도 왔다

근시의 설움

내 눈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두웠지만 그런대로 안경에 의지하고 어둠에 익숙해져 잘 버티며 살고 있다.

반짝이는 밝은 눈의 남편은

이 불편함을 넌 지시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남편에게 근시가 왔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당황했지만 안경을 자꾸 미루더니  

갑자기 안경을 맞춰 들고 왔다.


지난 주말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봤더니 십만 원 넘었다고 사은품 티슈하나를 받아왔다.

받자마자 장바구니 넣고는 테이블의 에 올려놨는데 남편은 티슈를 쓸 때마다 한마디를 해댔다.

사은품은 사은품이여
이리 거칠 거면 차라리 주지를 말지.


괜히 욕하게 만든다며 흥분모드다.

공짜로 받은 거니 군말 없이 쓰라고 윽박질렀다.

유난히 밥상에서 티슈를 많이 쓰는 남편은 며칠을 쓰더니 몇 장 들어있지도 않다며 쓸 때마다 투덜거렸다.

그 소리 듣기 싫어 부드러운 티슈로 바꿔주려 했더니

이런.

미용티슈가 아니라 키친타월이다.

나도 남편도 작은 글씨를 읽지도 못하고.


웃고 지나갔지만 이 상황이 서글펐다.

이젠 정말 늙기 시작했구나!


몇 년 전 엄마한테 갔더니 냉장고에서 비타민을 꺼냈다.

이건 왜 유난히 신거니? 시다 못해 써서  하나 먹고 넣어뒀다. 너 먹을 수 있으면 가져가서 먹어라. 너 신거 좋아하잖아.

받고 보니 씹어먹는 비타민이 아니고,

물에 타먹는 발포 비타민.

이런~

그때의 안타까움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어두워지니 바보가 되어가는 건 같다던 엄마의 한숨을 내가 쉬고 남편이 쉬고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거.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땐 늙었다는 표현이 옳지 않던 때였다.

이젠 조금씩 어울려지는 오십이 넘은 나이.

속은 여전히 아직이라 생각했는데

몸은 어느새  재촉한다.


별수 없다.

춥다고 이불속에만 있었는데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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