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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Feb 02. 2024

사이렌 소리가 무섭다고

아들 녀석이 전화를 했다

"어~쭌아."

휴~~~

입대를 위해 귀국한 친구와 소주   한다고 나간 녀석이 아무런 말도 없이 길게 숨을 쉰다.

전화선을 타고 술냄새가 확  느껴졌다.

"괜찮으면 됐어. 술 먹는데 우리 집방향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몇 대 막 달려가길래  놀라서..."

말끝을 흐리더니 취기 때문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가늠이 안 되는 숨을 한없이 몰아쉰다.

소방차 소리에 정신이 회오리치더니 뒤따르는 앰뷸런스 소리에 심장이 다급해졌단다.

방향만 같을 뿐 너무  곳에 있는 다 큰 녀석이 소리에 놀라 덜컹 겁을 먹은 것이다.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이 커다란 녀석이 속은 여전히 여리디 여리다.

술도 너무 마신 것 같고.


언제부턴지 나 또한 엠뷸런스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물이 나려 한다.  누군가의 부모가, 누군가의 자녀가 누군가의 친구, 동료라고 생각하니 순간 무섭고 두렵고 안타까워...

어릴 때에도 괜히 걱정돼 골목에서 놀다가도 뒤따라 집 근처까지 갔었다. 이런 것까지 닮은 건지.

어릴적엔 그냥 무서웠다.

우리 집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깐.

하지만 그 불안함은 초등학교 때까지였다.

그런데 우리 둘째 녀석은

군대도 다녀온 대학생이고.

어깨  쫘악~  근육 빵빵  근육부자인디.


우리 동네 아이들 사이에선 장의사차가 지나갈 때 이빨이  보이면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을 데려간다고 믿었었다. 그래서 난 뒤돌아 서고도 무서워 입을 꼭 다물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꿈에서라도 장의사차를 보면 행운을  가져다준다 하는 이야기에  길가다 보더라도 뒤돌지 않는다.


 무탈한 오늘이 새삼 고맙다.

특별함 없고 멋지지 않지만지금 내 귀에 노래가 들리고

주책맞게 흥얼거리는 지금 이 좋아졌다. 

우연하게 들른 식당에서 초록이 아닌 콜리플라워라는 하얀 브로콜리가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걸 보면 아직은 리액션이 살아있는 아줌마다.

작은 일에 신나 하는 정말 평범한 흔하디 흔한 아줌마.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


밤늦게 들어온 녀석이

방문을 슬그머니 열어본다.


"쭌아, 우린 괜찮아. 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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