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 멈춰있는 지금

by 새벽

우리는 언제부터 ‘앞으로’만이 정답인 것처럼 살아왔을까, 정작 지금에 머무는 법은 잊은 채 말이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기쁘던 슬프던 언젠가부터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설마 오늘 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겠어?” 하는 막연한 안도감을 품고 시작하는 하루. 하지만 그런 마음도 오래가지 않는다.


머지않아 익숙한 피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조용히 스며든다.

아침엔 힘차게 시작해 보려 애쓰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방전된 기분만 남는다.

밤에 마주하는 나의 안식처는 깜깜하고 조용한 공간이다. 고요하지만, 어쩐지 공허하다.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퍼질러 자고 싶어진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오늘을 그냥 지나치고 싶을 만큼.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너지지 않으려 악착같이 버틴다. 불안한 미래가 마치 안개처럼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그저 애써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다.

마치 고장 난 나침반을 쥔 채 달리는 기분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만이 나를 떠민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가끔, 멈추는 것도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말에 지쳐 있을 때, 나는 내 안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듣는다.
“그만해도 괜찮아. 잠깐 쉬어도 돼.”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 그게 요즘 내게는 가장 큰 용기다.


우리는 오랫동안 ‘앞으로’, ‘더 높이’, ‘더 빠르게’만을 외쳐왔다.

뒤돌아보는 건 나약한 거라고, 멈추는 건 실패라고 배워왔다.
그래서일까. 멈추고 싶은 순간이 와도, 마음속엔 이상한 죄책감이 따라온다.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나만 뒤처질까 봐 두려워서.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잠시 멈춘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속도를 늦춘다고 해서, 내 삶이 덜 가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멈춤 속에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불안한 미래는 여전히 내 앞에 있다.


예측할 수 없고, 통제되지 않는 것들이 끝없이 몰려온다.
하지만 오늘 내가 숨 쉬고, 밥을 먹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스스로를 쉬게 해주는 것—
그 자체로 나는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 마음이 조용히 말하는 소리를 들어줄 줄 안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앞으로가 두렵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 법을 배우며.
멈춰 있는 지금 속에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하다. 정말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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