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시 시작하는 나

by 새벽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너졌을 땐 더더욱 그렇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는 부서진 조각들이 흩어져
무엇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시간이 약이야."
"다 지나가게 되어 있어."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너무 쉽게 던져져서 오히려 아프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버텨내고 있는지를, 얼마나 애써 웃고 있는지를 모른다.

어느 날은 그냥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한참이 걸리고, 세수 하나, 옷을 갈아입는 것 하나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하는 것도 어디선가 쥐어짜 내야 하는 힘이다.


모든 게 멈춰 있는 것 같은 시간.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언제쯤이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문득,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싶었다.


무너지기 전의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터 그렇게 애써 웃고, 참으며 살아왔을까?

돌아보면, 무너지기 직전의 나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고, 많이 외로웠다.

그땐 인정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 무너짐은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다시 일어선다는 건, 그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나를 다시 짓고 있다.

조금 더 솔직한 나로,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예전보다 덜 웃더라도, 거짓 없이 웃을 수 있는 나로.


남의 기대에 맞춰 살기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나로.

여전히 흔들리는 날들이 많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고, 불안과 후회가 한꺼번에 몰려와 숨이 막히는 밤도 있다.

그럴 땐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도 잘했어.
천천히 가도 돼. 잠시 멈춰도 괜찮아.


완벽할 필요는 없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건 대단한 용기가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마음이면 된다.


나는 지금,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다시 걷고 있다.
비록 느리고, 조심스럽고, 어설프지만

분명한 건, 나는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로도 나는 충분히 자랑스럽다.

그래도 다시 시작하는 나.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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