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아트라니?
어느새 달력은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세밑을 앞둔 때라 거리에는 산타할아버지가 큼지막 한 자루를 메고 굴뚝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걸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운동삼아 도서관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마자, 맞닥뜨린 건 은행나무들이다. 이번 주에 잎들을 다 떨굴 계획이었던지, 노란 융단을 깔아놓았다. 거기다 바람은 어찌나 세찬지, 까닥하다간 날아가겠다. 물론 '붕' 떴다가 그대로 떨어지겠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고 터널이 생기고부터 빌딩풍에다 갈 곳을 잃은 바람이 은행나무 이파리들을 둥글게 둥글게 춤추게 한다.
절로 '아, 춥다.' 소리를 내뱉으며 건널목을 건넜는 데, 도서관 가까이 가는 버스가 빨리 타라고 재촉했 다. 평소 잘 타지 않던 버스인 데다 한 20분쯤 부지런히 걸어갈 거라고 했지만, 바람에 맥없이 지고 말았다.
아파트 입구에 내려서 산길을 조금 걷다 도서관에
갈까 했는데, 길에 주도권을 줘야 한다. 매섭게 부는 바람에 휘청하다가 발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져간 책을 반납하고 2층 서가에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자주 그렇듯이 빌리려고 했던 책은 대출되었거나 보이질 않는다. 그때 눈에 띈 책은, 마치 이 책을 빌리려고 온 것처럼, 제목이 크게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낮은 인문학]이다.
이 책, 예사롭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라는데, 그게 어렵다.
때로는 어떤 일이 나의 일이 아니라고 내팽개치고 싶지만, 맡을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질문한다.
1) 나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2) 가장 큰 죄는 삶의 이유를 모르는 것
3) 너의 심장은 최선을 다한 심장인가
4) 다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기를
지극히 부족하고 자주 깨어지는 내가 위의 질문에
답할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살았는데, 그 과정에 아무 도움이 없던 이들의 질투가 싫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한 번쯤 자신의 마아트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 서 대충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 자신의 마아트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삶, 그 과정이 바로 道 아니겠습니까?
[낮은 인문학], 배철현 외, 21세기북스, pp26.
[낮은 인문학], 배철현 외, 21세기북스, pp21.
어렵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나는 나 자신의 마아트를 위해 더 굳건하게 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