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먼나무가 나에게 왔다
비가 온 다음날이다. 부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렸지만, 그렇게 춥진 않았다.
옥외시설물을 점검하고, 갯바위 근처는 접근 금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자가
이어졌으나, 아침 루틴이 있다.
♤ 먼나무 이야기
옅은 초록색 신호등은 부스스 떨고 있는 데, 노란 은행잎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그때 예쁘다고 볼 때마다 칭찬했던 '먼나무' 가지가 '툭' 하고 신발 등에 떨어졌다. 몇 걸음을 걸어도 따라오던 가지를 區가 바뀌는 신호등 앞에서 '오늘은 이걸 그려야지.' 하며 주머니에 넣었는데, 집에 오니 없다. 경사로를 돌 때 손에 닿던 바람에 놀라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빠졌나? 생각을 더듬어 그린 먼나무는, 부산의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0여 년 전인가. 처음 먼나무를 본 것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였다. 마침 돌담 앞에 서 있던 나무는, 짙은 초록에 듬성듬성 빨간 열매가 달려서 예뻤다. 먼나무는 말 그대로 '멀리서 봐야 더 예쁘다.'라고 하지만, 나무 자체도 참 멋지다.
먼나무의 꽃말은 굳건함, 인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새빨간 열매가 콩처럼 달려서 못 그리는 그림을 살려준다.
♤ 바람이 심술을 부렸다
용두산공원은 여늬 날보다 추운 데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라 눈에 익은 산책객은 없었다. 높다란 건물을 뛰어넘어온 바람이 공원을 휘젓는 소리에 놀랐는지, 까치들의 배는 더 하얗다.
긴장을 푼 하늘은 흰색이 모자랐나. 긋다만 뭉툭한 線을 여기저기 흩어놓았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오는 곳이지만, 볼 때마다 풍경이 다르다. 바람이 심한 경사로에는 바싹 마른 나뭇잎들이 '다글다글' 소리를 내면서 데굴데굴 굴러간다.
저 멀리서 미친 듯한 바닷바람이 몰려와 등을 때린다. 그럼에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산책로를 돌아오니, 나뭇잎들과 열매가 서로의 온도를 나누고 있다. 저들은 속내가 없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나보다. 잡다한 일로 속이 시끄러운
나는 저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 먼나무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