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모가 가방 한 개를 두고 아웅다웅한다.
이거 내 건데, 내 소중한 건데, 빌려갔는데, 흠집이 갔는데, 그냥 쓱 갔다 놨다느니
원래 있었다느니
이를 지켜보던 나와 아이가 잔뜩 긴장하게 되는 일이었다.
두 눈, 아니 네 개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고 설전이 벌어지는걸 실시간으로 보는 중이었다.
흔한 자매의 다툼이 재밌는 싸움구경이 아니라,
여기서 까딱하다간 불똥이 튀겠구나 ( 그럴 일은 없지만) 그런 생존 본능이 들었다.
침을 꼴깍, 숨죽여 있게 되는 것이었다.
두 이모는 나의 두 동생이다. 그리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 둘이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날의 어느 날, 이모를 보면
근데 나 그때 무서웠어, 00 이모가 가방 가지고 싸운 날.
샤부샤부를 먹다가도, 카페에 가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가보다.
둘이 손을 맞잡고 미안합니다. 화해를 하는 액션을 취해보라고도 했다.
그러고 나서도 이 이모를 만나면 하하 호호 좋은 기억을 담아내다가도,
한 번씩 가만히 기억을 되새겨 보는 것이다.
이모들이 다툴 때도 그러는데 엄마 아빠가 다툴 땐 어떨까.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엄마가 나처럼 작아져봐. 그러면 무서울 거야.
인형을 만지작 거리며 바닥에 앉아있는 아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설거지를 하다가 눈물이 올라온다. 나도 하모니카 할아버지(우리 아빠)가 할머니랑 와와와와(다투면) 무서웠어, 그래서 무서운 상황이 오면 그렇게 나도 말이 빨리지고 목소리가 커지나 봐. 미안해.
오빠, 나 이런 거 아이한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우리 둘이 목소리가 커질 때, 아이가 울면 나는 더 정신을 못 차리겠어.
그러니 그땐 그냥 나를 진정하게 내버려 둬 줘. 부탁이야.
그리고 그런 상황을 지나 잠잠해진 우리가 화해했다고, 아이 앞에서 말을 해야 했다.
이래이래 해서 ,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래,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
말한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랑 엄마가 말하는 게 누구 때문인 거야? 하면
자기 때문이라고 하던 과거와 달리,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도리도리를 한다.
이건 나랑 아빠이야기고 너는 상관이 없어, 이걸 꼭 강조해놓고 있다.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지만, 일어나고 만다.
큰소리 내지 말고 카톡으로 말해 엄마 라고 하는 아이앞에서,
이렇게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알려주는 아이앞에서
뇌를 내려놓은 엄마아빠는 감정적으로 말하는 상황이 온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중이다.
아이는 애써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거 봐라, 이거 귀엽지 말을 걸어온다.
편지를 써서 들고 온다. 엄마 내가 울어서 미안해, 아니야 아기는 울 수 있어. 그럼 무섭지
나도 무서운 상황이 되면 눈물이 나는걸,
그리고 편지를 꼭 들고 다니라고 쥐어준다. 아이가 자기도 무서운데, 나를 진정시키려 한다.
오빠, 애좀 울려줘 봐, 꾹꾹 눌러 담아 자기가 괜찮다고 만드는 애를 좀 울려보라고 했다.
다른 걸 들어서라도, 그랬더니 운다. 울어버린다.
괜찮은 척, 아닌 척, 그러지 말고 울자고, 다 울고 나면 시원해진다고 했다.
한바탕 말이 오가고 난뒤 우리는 그래서 그런거야? 이해해, 하며 말을 마쳤다.
그러나 아이는, 아이는 아직 안 끝난것이다.
넘겨짚기와, 그런 줄 알았지 와, 오해와, 오해다. 그 잠시 사이 스파크가
서로의 인내심이 떨어진 사이 발생하면 이래 불똥이 튀는 것이다.
고로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그런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혹시나 할 말은 아이를 재우고 얘기하면 좋겠다만, 그럴 땐 같이 디비 자야하니
우리는 가족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가족을 사랑한다. 우리가 평화로우려면 이건 문제도 아니다 라며 되뇌여야 한다. 잠시 떨어져서 생각해 본다. 냉정함을 되찾아 아무일도 아닌걸로 넘겨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으면서,
그렇게 문제해결력을 앞세운 T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가족 앞에서는 그러지 못함을 본다.
당신은 내 맘을 이해할 줄 알았지가 우선 튀어나오는 순간이 그렇다.
너는 그러면서 나는 그게 왜 안돼? 이해받고 싶음이 나오는 순간 그렇다.
꾹꾹 눌러온 이기심이 몸집을 키워 우왕 하는 것이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도 나를 모른다.
우리 그러니 서로 방법을 찾아보자.
그 사이에 우는 애는 잘 달래 보자.
울려서라도 털어내 보고 다시 가보자.
그렇게 또다시 봄이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날이다.
세차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난 뒤
하늘이 더 맑게 개이듯
우리는 그렇게 풀고 났는데
아이는,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서 그런 다음날이면 안 주던 솜사탕을 쥐어줬다.
엄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엄마 나빠 라는 말을 가감 없이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와서 사랑해 라고 꼭 끌어안아주는 아이다.
그래, 사랑하지만 사랑하는거야.
자기 생각이 실제라고 여기지 않게,
그런가? 멈춰보라고도 했다. 내가 해야 할 걸 아이한테 말하고 있다.
아이의 기억에 불을 뿜는 엄마아빠가
불을 뿜어 마시멜로를 구워주는 엄마아빠로 변하길
자기 마음대로, 나는 저들과 상관이 없어, 해버리길.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잘 사주지 않던 솜사탕을 쥐어줬다.
기억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아이가 말했다.
엄마, 솜사탕은 솜사탕이라 녹는거고
원래 있는건 있는거야.
이래 질러놓고 앉아서 쓰느니,
차분히 상황이 다가올 때 말로 하는 게 낫지. 낫다. 암 그럼.
아무래도 공룡 한 마리는 얼음물속에 들어가
뜨거워진 머리의 김을 식히고 나타나야겠다.
이성적으로, 제발 이성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