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산을 챙기는데 익숙하다. 없으면 사고, 그냥 맞지 뭐
우산을 챙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냥 맞는 거지 뭐,
-이 정도는 지나갈 수 있잖아.
-그러다 너무 쏟아지면 기다렸다 가고, 정 안되면 하나 사지.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이틀 째다.
집에서 다 같이 나서는 길. 사람은 다섯인데 우산을 든 사람은 하나다.
어, 금방 그친 줄 알았는데 아니네?
다시 들어가기엔 문이 잠겼다. 열쇠를 꺼내야 한다.
차고가 가까이 있어서 그냥 가보자~ 바로 타고 이동한다.
도착과 동시에 예약을 해둔 가게로 동생이 뛰어간다.
늦으면 줄을 서야 한다며 우다다다. 자기야 언니랑 애기 좀 씌워줘~ 외치며 간다.
뒤따라 내린 동생의 배우자가 우산을 씌워준다.
아이가 있어서 덕분에 같이 쓴다.
아이가 같이 서있지 않았다면 나도 뛰어갈 참이었다.
실내로 들어왔는데 (호칭으로는 매부) 00 이의 옷이 젖어있다.
자기야 ~ 우산을 쓴 거 맞아? 동생이 말한다.
고맙다. 그냥 고맙다.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향한다. 여전히 비는 내린다.
도착했더니 마당에 아빠가 큰 무지개 우산을 쓰고 서있다.
낯선 차 한대도 있다. 저차가 누구 거더라 하는데, 큰 아빠 모습이 보인다.
이게 누구야 , 어 왔어?
아빠 근데 우리 우산이 없어~ .
차 문 가까이 우산이 다가온다.
한발 내딛으면서부터 도움을 받았다.
집에 들어가는 몇 발걸음, 두 아빠가 참 고맙다.
우리가 다섯이 출발했다고 했지 않은가.
한 명은 그냥 선물꾸러미를 들고 뛰어오는 것이었다.
왜 비를 맞고 와, 남은 한 명을 아빠가 마저 챙겨 온다.
그 모습이 훈훈하다.
자기거는 스스로 미리 챙겨야 한다.
이게 배워온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한두 개씩 빠뜨리는 건 생긴다.
예상하지 못한 날씨, (이마저도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냥 맞지 뭐, 하고 산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감수하면 되지 뭐 하는거다.
한편으로는 야이 우산도 못 챙기고 뭐 한 거야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노오오력 80프로가 들어갔다면,
그걸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부족한 게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걸 숨기느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한거다.
괜찮아. 이정도는.
그런데 누가 씌워주는 순간 너무 고맙다.
너무나, 그 순간이 뭐라고.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했던 애씀이
우산 하나에 잠시 보듬어지는 듯해서
눈가가 뜨거워질 듯하다.
모지라다 탓하던 나를 누가 채워줬다.
그럴 순간도 없이 우산 아래 그 발걸음에 맞춰 끌려 가는거다. 그러고 나면 말짱한 내가 있다.
이럴 땐 고맙다 말하면 된다.
샛길로 빠질뻔한 나를 낚아채줘서. 고맙다.
비가 오는 버스정류장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부슬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참이다. 다음 버스를 타면 앉아갈 수 있다. 그러니 아이와 줄을 서본다. (혼자면 후다닥 탔을 것이다)
앞에 서 있던 어떤 언니가 우릴 돌아보더니 미소를 짓는다. 우산 귀퉁이를 아이에게 내어준다.
투명하고 작은 그 우산이 크게 느껴진다.
고맙다.
빵빵거리는 도로위에서 잘 들리도록 크게 말해본다.
”고맙습니다 “
나는 누군가에게 우산을 같이 쓰자 해본적이 있던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장마가 한창이던 때, 방향이 같은 친구 두 명과 셋이 걸어 내려오는 길.
갑자기 스콜처럼 우다다다 비가 쏟아졌다. 물에 젖은 생쥐처럼 쫄딱 맞고 나서 길가에 서있는데
미용실 사장님이 안으로 들어와 대피하라 했다.
형광등 불빛아래 누군가가 사각사각 머리를 다듬던 그 장소에서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와하하 웃었다.
비가 좀 잠잠해질 무렵, 나가도 괜찮다 싶었다.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는
근처 마트로 달려가 우비를 하나씩 사 입고는 흐뭇해했다.
야 이제 됐다며, 그런데 , 우비 단추 6개던가, 그걸 다 잠가서 밖으로 나오자
해가 반짝 뜨는 게 아닌가. 정말 거짓말 같은 순간이었다.
한 친구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울 거 같아서,
예상할 수 없는 하늘아래 우리는 그랬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잠시 대피하던 그 때가 떠오른다.
생쥐가 되어버리고, 우리 힘으로 맞서려 했지만, 훅 물러가버린 것이다.
세차게 내릴수록 금방 그쳐,
이건 지나가는 비야~ 라는 경험치를 하나 더 얻었다.
그리고 잠시 들어와 하던 원장님을 생각하며 우린 웃는다.
삶을 예상할 수 있을까.
지난 사진첩을 돌아보면, 어? 하는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 마음에 들어앉아있던 의자와 비슷한 게 우리 집에 있다.
바라던 바를 그리며 하나 둘 내 근처에 가져다 두고 있었다.
여기 가야지 하면 몇 년 후 다녀오고,
이거 먹어야지 하면 먹어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것들도 분명 있었다.
코로나가 그랬고, 날씨가 그랬다.
그럴 땐 이것도 안 챙기고 뭐 한 거야,
혼잣말이 올라오는 나에게 다가오는 이가 고맙다.
이리 와, 같이 써 하는 예상 못한 시나리오.
그 누군가가 너무 고마운것이다.
부족함에서 감사로 마음이 돌아서는 순간이다.
이 와중에,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우산을 늘 챙겼다면 영원히 몰랐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