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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라 Aug 27. 2022

젊음! 그거요?


젊음은 무기다. 젊음 자체가 아름다움이자 경쟁력이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젊음이 가진 매력이다. 세상에 누구도 젊음을 건너 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젊음을 가질 수 있지만 그 특권을 누릴지, 못 누릴지는 그들에게 달렸다.


직장 탁구동호회에 라켓을 처음 잡아보는 회원 두 명이 들어왔다. 비슷한 체구에 야구모자를 쓰고 스포티한 면티를 입은 두 사람은 쌍둥이 처럼 보였지만 친구 사이였다. 둘은 동시에 재능기부 하는 ‘동호회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라켓을 잡는 방법부터 기본 동작까지 하나씩 시작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코치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번졌다. 어색한 듯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엉거주춤 따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초창기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면 지금의 그녀들은 귀엽고 예쁘게만 보였다. 가끔 탁구가 잘 안 풀릴 때면 ‘몇 년만 일찍 탁구를 배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20년 이상 어려 보이는 그들은 부럽기도, 기특하기도 한 대상이었다.


“탁구가 인기 종목도 아니고 탁구를 배우겠다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두 분 모두 대단한 거 같아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운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직장 탁구동호회가 있다는 걸 알고 신청했어요. 저희는 탁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회원들이 가르쳐 주고 좋네요. 여기 계신 분들은 정말 잘 치는 거 같아요. 좀 전에 보니까 선생님도 정말 잘 치시던데요.”


‘아!, 그들에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멋쩍어졌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아니에요, 탁구 치는 사람이 보면 단번에 제가 아닌 걸 알아요. 마흔 넘어서 라켓을 처음 잡았어요. 운동 머리도 없고 몸도 둔해서 지금 이 정도 오는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두 분은 일 년 정도만 해도 저보다 훨씬 잘하실 거 같네요. 꾸준히 해보세요”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저리 답하며 나의 짧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탁구장의 모든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그녀들에게 내 말이 얼마만큼 와닿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녀들이 가입하고 한 두 주 지났을까 딱 봐도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남자분이 탁구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탁구라켓을 잡은 적은 있지만 배워본 적은 없는 인근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 노년의 신규회원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환호와 기합 소리로 가득 찬 구장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활기찬 모습의 사람들은 젊음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들 속에 내가 있었다.


'남은 인생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이 와닿을 나이가 되었다는 건 이미 인생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젊음의 상대성으로 내가 신입회원을 부러워하는 사이 노년의 신입회원은 나와 같은 사람을 보며 젊음이 스치는 것을 아쉬워할지 모른다. 그녀들은 짐작조차 못 했겠지만, 한없이 부러웠던 그들 앞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위안을 얻는다. 그녀들의 젊음

못지않게 나의 젊음으로도 뭐든 시도할 수 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노년의 회원에게서 알아간다. 언젠가 나도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믿음을 가져본다. 도전은 진행 중이고 난 여전히 젊음의 무기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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