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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라 Oct 04. 2022

난 시험만 보면 망친다

탁구 이야기


열심히 연습한다. 땀나게 뛴다. 직장인에게 피 같은 퇴근 후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주중 세 번, 주말까지 탁구장에 간다. 레슨도 받는다. 고수들의 조언도 듣는다. 사람들과 연습게임도 자주 한다. 그런데 대회만 나가면 깡통 로봇처럼 단절된 동작에 머리는 텅 빈 경기를 하는 걸까?

지난 ‘지역 리그 1차 전’도 그랬지만 오늘 참가한 ‘지역 탁구장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 있게 ‘쿵’ 발을 구르며 힘 있게 하던 서브가 경기장만 가면 맥을 못 춘다. 서브를 위해 올리는 공의 높이부터 낮아진다. 서브 스윙도 연습 때 반으로 줄어든다. 서브에 임팩트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공은 야리야리하게 ‘툭’ 하고 넘어간다. 어쩌다 공에 힘이 들어갔을 땐 발랄하게 통통 튀며 들어간다. 네트 위로 쭉 깔리면서 낮게 들어가면 좋으련만.


서브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스윙이다. 영화 제목처럼 내 머리에도 지우개가 있는 게 분명하다. 레슨 때 동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 비슷하게 육칠십 퍼센트는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경기에서 나는 내 멋대로 스윙한다. 스윙이 끝까지 못 가고 중간에 멈추는 건 다반사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공을 보는 기다림도 없다. 그간 애써 연습한 동작들은 사라지고 허우적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생각 없이 치는 모양이 꼭 가을 들판 허수아비 같다. 누가 건들기 전에는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아! 오늘도 한숨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 마음을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눈치챌세라 웃음을 지었다.


시험만 치면 망치는 나에게 어떤 처방전이 필요할까? 안다. 고수들도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오직 나에게만 닥친 일인 것처럼 답답하고 절박하다. ‘탁구가 나에게 맞는 운동이 아닌 걸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조차 나를 힘들게 한다.


멘탈 관리의 최강자 김연아 선수라면 어땠을까. 그녀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고, 부서지는 멘탈을 잡기 위해 마음 근육을 키우려 애썼을까 상상해 본다. ‘그녀만큼 노력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만큼 노력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연습 때처럼 동작이 안 나왔다는 건 연습이 제대로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계속’ 연습하련다. 몸에 밴 습관처럼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오늘도, 내일도, 계속 쭉 ‘그냥 ’. 그리고 보란 듯이 계속 시험을 치를 거다. 망치는 날이 있으면 잘 보는 날도 있겠지. ‘시험’ 까짓것 겁먹지 말자! 쫄지 말자!


김연아 세계선수권대회 동영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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