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잘 못 할 걸 알면서, 작고 빠른 공을 다루기엔 더없이 둔감한 나인데
2015년 제주시 중심가에서 벗어나 한라산 중턱에 있는 연구원에 근무할 때다. 지금은 간혹 버스가 운행된다고 하는데 그때 그곳은 눈이 쌓이면 큰길가에 내려 몇 킬로씩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넓은 대지에 나 홀로 있는 큰 건물은 규모에 비해 직원이 몇 명 안됐고 점심도 바로 옆 다른 기관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한적한 그곳에서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근처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유독 내가 관심을 가진 건 탁구 치는 동료를 지켜보는 거였다.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지하에 있는 낡은 탁구대로 갔다. 난 벤치에 후보선수처럼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그들의 랠리를 지켜봤다.
하얗고 귀엽게 생긴 작은 공을 ‘똑딱똑딱’ 치는 모습이 재밌고 쉬워 보였다. ‘그냥 공에 라켓을 같다 데는 건데 뭐’, 내심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한 번 해보라는 직원의 말에도 매번 웃어 넘겼다. 점수대에 심판처럼 앉아 있었지만 그저 직원들이 불러주는 점수를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탁구선수는 현정화, 유남규다. 아마 40대 이상이라면 어릴 적 현정화 선수가 탁구대회를 휩쓸 때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탁구는 TV에서나 보던 그런 운동이었다.
집 근처에 탁구장이 생겼다.
한 번 들어가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눈도장만 찍고 그 앞을 지나는 동안 제주시 반대편인 서귀포로 발령이 나면서 나의 탁구 생각은 뒷전이 됐다. 서귀포로 출근하려면 적어도 1시간 일찍 출발해야 했다. 주어진 업무는 온종일 일하고도 돌아서면 다시 쌓이는 쉼 없이 시간에 쫓기는 일들이었다. 매일이 업무의 반복이었다. 지친 몸으로 516도로를 지나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로 올 때면 머릿속은 얼른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2년 6개월 동안의 서귀포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2019년 1월 제주시로 발령이 났고 다시 탁구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