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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라 Jun 16. 2023

내가 싫어하는 일 중 하나 ‘뛰는 것’. 그것까지!

일요일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특별훈련이 오후 5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다음 주 있을 <전도종별 탁구대회> 특별훈련 종강일답게 온종일 탁구에 쏟아부은 날이다. 멘토들의 특별훈련을 받기도 하고 고수들의 꿀팁도 얻었다. 나름 인기있는 최하위 실력팀 오름부(9부) 여자 셋이다.


5주간 주말 특별훈련 동안 달라진 것이 뭐가 있을까?

일단 탁구장에 자주 갔다. 다들 직장인이라 주 3회 구장에 가기도 버거운데 주말 내내 꼬박 탁구장으로 갔다. 엄청난 테크닉을 배웠다기보다 기본에 충실해지려 했다. 탁구라켓을 자주 잡았고 연습 시간도 늘었다. 귀여운 탁구공과 좀 더 가까워졌다. 다리 움직임의 중요성을 다시 배웠고 공을 볼 때 집중력은 한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했다. 아는 것과 몸이 움직이는 건 별개의 문제여서 간극을 좁히려 무지 애를 썼다. 탁구라켓만 잡으면 잘 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공을 보고, 공을 알고, 기꺼이 공을 받아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내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가슴이 뛴다고 탁구가 잘 풀리는 건 아니다. 몸도 함께 뛰어야 한다.


뛰는 탁구를 위해 달리기 트레이닝앱인 ‘런데이(RunDay)앱’ 를 깔고 초보를 위한 ‘30분 달리기’에 도전했다. 전문 트레이너가 앱 시작부터 끝까지 옆에 있는 것처럼 힘찬 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말한다. ‘바람을 느끼며 달려보세요. 달리기는 더 이상 외로운 운동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와 함께 달립니다.’ 집 앞 중학교 운동장을 주 3회 런데이앱 트레이너와 함께 뛰고 있다. 8주 과정 중 2주가 지났다. 이 과정을 넘으면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 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기에 일단 뛰고 본다.


탁구를 시작하고 보니 기초체력은 정말 운동의 기초다. 기초체력이 받쳐줘야 기본기를 반복하며 몸에 익게 할 수 있다. 반복은 힘이 세다. 스윙을 반복하고 서브를 반복하고 공격루틴을 반복한다. 모든 것이 쉽지 않다. ‘별거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배울수록 어렵다. 그래도 지금 눈앞에 있는 상심의 언덕만 넘으면 넓은 시야가 펼쳐질 거라는 야무진 기대를 해본다.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신유빈, 전지희 선수가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조인 중국을 꺾고 여자복식 결승에 진출해 36년 만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대회가 끝나고 신유빈 선수에게 세계 랭킹 포인트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에 대한 인터뷰가 들어왔다. 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실력이 좋으면 랭킹은 같이 따라오는 거기 때문에, 랭킹을 신경 쓰기보다, 제 탁구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실력을 우선으로 키워야 할 거 같아요.”


가만히 눈감아 상상해 본다. 누군가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생활체육 탁구를 시작한 지 벌써 4년째 돼가고 있는데 어떻게 최하위 초보 부수인 9부에서 벗어 날 계획인가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다른 회원들은 이미 8부로 승급해서 이제 몇 명 남아 있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이보세요, 누구는 안 올라가고 싶어서 아직 9부인 줄 아세요?’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최대한 품위를 지키며 당당히 말하겠다.


“실력이 되면 8부가 되고 7부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부수에 신경 쓰기보다 제 탁구 실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실력을 키우려고 합니다.”


아파트앞 학교 운동장에서 30분 달리기가 끝나고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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