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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승급의 앞날은...

by 새라

3월에 있을 2025년 첫 승급대회를 앞두고 인근 탁구장 대회를 신청했다. 대회는 7부, 8부, 초보 그룹인 9부(오름부)가 섞여 6명이 한 조로 구성된다. 6명이 리그전을 거쳐, 상위 4명이 토너먼트에 올라가고 나머지 2명은 예선탈락이다. 9부인 내가 7, 8부와 함께 경기하는 건 별로지만, 익숙한 탁구장을 벗어나 모르는 사람들과 해보면 아무래도 승급대회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대회는 12시 시작이니 오전에 여유가 있다. 탁구 가방을 둘러메고 내가 다니는 탁구장으로 갔다. 평상시처럼 서브도 연습하고 다른 회원들과 3구 공격연습도 했다. 비록 동네대회지만 최근에 대회가 없었던 터라 긴장이 됐다.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한 조가 될지는 그곳에 가봐야 알수 있다. ‘대회 준비겸 가는 거니까, 누구랑 해도 상관없어. 시작은 리그전이니 적어도 5경기는 할거잖아’ 처음 내 마음은 이랬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조별 명단이 나왔다. 내가 속한 조는 7부 1명, 8부 2명, 9부 3명이었다. 우리 조에 9부가 3명이나 있다니. 갑자기 의욕이 불끈 솟았다. 승급대회에서는 9부 끼리 경기를 하니 좋은 기회였다. 거기다가 9부 2명을 이기면 어쩌면 조4위로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 터였다.


첫 경기는 7부 회원이다. 그녀의 러버 한쪽은 매끈한 고무 대신 돌기가 있는 롱핌플 러버다. 이 러버는 공의 구질을 바꾼다. 내가 일반적인 민볼을 보내면 하회전이 걸린 커트볼이 돼서 돌아오고, 커트볼을 보내면 민볼이 돼서 돌아온다. 이런 이질러버는 초보그룹인 9부는 사용할 수 없다. 8부부터 사용이 허락되기에 9부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러버다. 그녀가 공을 보내면 반대로 보내야지 마음먹었지만, 내 라켓은 반사적으로 하던 대로 팔이 나갔다. 3대0 완패다. 구질이 반대로 돌아가니, 공이 붕붕 뜨고, 뜬공을 얻어맞아 점수를 내주다 끝났다. 너무 빨리 끝난 것이 허무했다. 그다음도 8부 롱핌플 회원이다. 그녀는 롱핌플러버로 바꾼지 얼마 안 됐는지 자기공의 구질도 헷갈려 했다. 덕분에 한 세트 가져올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공을 붕붕 띄우다 3대1로 졌다.


괜찮다. 오늘 내가 이길 상대는 7부도 아니고, 8부도 아니다. 9부 2명과의 게임에서 이기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거니까. 9부 첫 상대는 대회에서 만나 본 언니다. 공이 빠르게 오고 잡아치는 기술이 좋아서 긴장하면서 경기했던 기억이 있다. 언니는 승급 포인트 4점 중 이제 1점만 얻으면 승급이라고 했다. 해 볼만한 상대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그녀의 공은 빠르고 정확했다. 이쯤에서 실수도 나와줘야 하는데 실수도 안 한다. 실수는 내가 한다. ‘똑같은 시간인데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는 거야.’ 분명 나도 쉬지 않고 연습했는데 그녀의 파워풀한 동작에 나는 이미 주눅이 들어있었다. 도저히 그녀의 빠른 박자를 잡아낼 수가 없었다. ‘상대의 약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그 부분을 공략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반전을 쾌할 수 있다.’ 이론은 그렇지만 이런 희망적인 생각이 날 리가 없다. 그냥 ‘아! 이건 아닌데’ 한숨만 나왔다. 쪼그라든 마음은 펴질 줄 몰랐다. 3대 0으로 패했다.


다른 9부는 얼굴을 본 적있는 회원이다. 초보 9부 회원들은 동호회는 달라도 대회에서 자주 만난다. 특히 실력 있는 9부들은 더 기억이 잘 난다. 그녀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지 않은 걸 보니 그리 위험한 상대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게임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그런데 그녀 역시 빨랐다. 그녀의 빠른 공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공의 박자를 소화하지 못해 자꾸 공이 헛나갔다. 공을 받고 공격하는 연습은 했지만, 제대로 된 박자감 없이는 실제 상황에서 연습한 것을 써먹을 수가 없었다. 공이 안 들어가자 무거운 다리가 더 굳어갔다. 움직여야 공을 받는데 글렀다. 3 대 1로 패했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마지막 상대는 남자 8부다. 시원하게 졌다. 드라이브로 공을 보내는 남자 8부의 공을 거의 받지 못했다. 5경기 완패의 결과는 예선탈락이었다.


아! 8부가 되고픈 나의 승급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기대했던 9부 2명과의 경기가 실망스럽다. 승급대회는 제주도 전 지역에서 9부들이 나오는데 이제 어쩌란 말인가. 올해는 승급대회가 3번 있다. 첫 승급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빠른 공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상상을 하기만 하면 될까? 상상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겠다. 연습 기계의 속도도 올려봐야지. ‘똑 딱 똑 딱’ 이 아니라 ‘똑딱똑딱똑딱똑딱’ 으로. 빠르게 치는 사람들이랑 연습도 해봐야겠다. 아니, 그보다 나도 그녀들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치는 법을 익히는 게 정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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