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그냥 시작했을 뿐이었다.
계획한 건 아니었다. 눈을 뜨고, 무심코 컴퓨터를 켰고,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 시간이 흘렀다.
식사도 거르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어느 순간 시계를 보니 12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 놀랐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돌이켜보면 특별히 뭔가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다.
단지, 글쓰기와 공부, 여러 가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루틴을 정비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보니 단순한 구조인데, 어제의 나는 왜 그렇게 헤맸을까.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건 아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제 그 시간을 보내며 나는 조금 더 나아졌다.
이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하루를 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살짝 떨렸다.
무언가가 막 시작된 느낌이었다.
나는 지난 몇 주간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효율적이었지만, 마음은 조금씩 무뎌졌다.
익숙한 것들은 안정감을 주지만, 종종 지루함도 따라온다.
그건 마치 오래된 재즈 음반을 반복해서 듣는 기분과 비슷하다.
처음엔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감동이 흐릿해진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루틴을 하나 더 얹어보았다.
처음엔 낯설고, 좀 피곤했고, 집중도 잘 안 됐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지루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땐 또 하나를 더 얹겠지.
그러다 보면, 나는 또 조금 더 자라 있을 것이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배운 방식이다.
무언가가 쉬워졌다는 건, 내가 자라났다는 신호다.
그래서 나는 그때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수고했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