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사람은 부드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이는, 오히려 빠르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느림 속에서 진정한 속도를 발견한다.
모두가 속도를 말하지만, 실은 그 누구도 선명히 말하지 못한다. 세상은 언제나 애매모호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느리게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느림의 결 속에서, 진짜 부드러움이 태어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람만이 진정 빠르다.” 하지만 그의 비밀은 단순했다. 고요함, 평온함. 탁월함은 언제나 그 잔잔한 물 위에 놓인 꽃처럼 피어난다.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나는 부드러워야 하고, 부드럽기 위해선 먼저 단단히 쥔 것을 놓아야 한다. 꽉 쥐고 있는 손은 통제라고 믿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지 모른다. 손아귀에 힘을 뺄수록, 진정한 통제력이 생긴다.
이 역설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도, 몸은 여전히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너무 간절하면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절실함은 때때로 집착으로 번지고, 그것은 다시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이것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나를 움켜쥐게 한다. 살기 위해, 이 생을 온전히 붙잡기 위해, 나는 어느새 화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궁술의 도를 생각해본다. 화살은 힘을 줄수록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집중하고 인내하며 호흡을 다듬고, 집요하게, 명확하게, 그러고도 마지막엔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의 손에서 멀리 날아간다. 정작 중요한 건 ‘쏘는 힘’이 아니라 ‘놓는 힘’이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아직 수련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내려놓았고, 그만큼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가볍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그 빠짐의 감각 속에서 나는 희망을 느낀다. 통제는 움켜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을 뺄 줄 아는 용기 속에 있다는 걸 배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움켜쥐던 손이 비로소 서서히 펴지고 있다. 그 느슨함 속에서, 나는 나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strength-to-let-go-ad5ac8eec0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