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명확히 알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욕망은, 때로는 정신의 영역을 정복하고자 하는 태도로 드러난다. 그러나 '정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경직성과 팽팽한 긴장은, 이제는 내가 물러나야 할 자리에서 오는 압박처럼 느껴진다. 쫓고 움켜쥐려는 손을 풀어내는 순간, 고요가 찾아온다고들 말한다. 너무 열심히 생각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돌아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무엇이든 빨리 결정하려 들었다.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유부단함이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라 여겼다.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꾸 결정짓지 말고 단정하지 말라고,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보라고 말하는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흘러가는 태도'가, 이제는 더 넓고 깊은 삶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드러낸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왜'와 '무엇'으로 다가온다. 진실은 시간이라는 여과지를 통과하면서 그 빛을 드러낸다.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일관성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꾸 정의하려 하고, 단정 지으려 하고, 흐름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관계를 단절로 이끌기 쉽다.
그러나 관계는 분석보다 경험이고, 결과보다 느낌이다. 흐름을 조용히 지켜보며 머무는 것, 그건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닐까.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 그것은 더 고차원적인 평온으로 이끄는 길일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단정하거나 정의 내리려 하지 말고, 결정을 서두르지 말자. 감정이 잦아들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 말이 아닌 일관된 행동 속에서 드러나는 진심을 볼 수 있다. 일관성, 그것이 그 사람의 마음이다.
나는 자꾸 실마리를 찾아내고 구조화하며 패턴을 분석해 결과를 내리려 했다. 그러나 진심 앞에서는 그런 습관들이 무너진다. 그 모든 분석은 결국 무의미해진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내가 원하는 사랑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느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art-of-letting-go-from-control-to-flow-cd346c189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