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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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들어 자주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예전엔 너무 흔해서 공허하게 들렸던 말—"신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그 문장이 이제는 마치 내 삶의 축처럼 자리를 잡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무엇을 입고,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날지. 그 모든 결정들이 내 의지인 줄 알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때때로 그것은 타인의 목소리였고, 사회가 정해준 기대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진정한 방향은 외부의 지도에 있지 않다. 나의 나침반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누군가의 손이 나를 일으켜줄 수는 있다. 따뜻한 조언, 충고, 위로는 고마운 등불이 된다. 그러나 긴 여정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조언이 아무리 현명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몸과 마음에 맞는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다시 일어섰다면, 이제는 나 스스로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스스로의 나침반을 들고,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 묻고, 바라보고, 신중히 따르며.


나는 늘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분명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마주한 내면의 ‘아이’는 나를 낯설어했다. 그 아이는 조용히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무서워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내가 너무 오랜 시간 무심히 지나쳐온 감정의 조각들을 안고 있었다.


그 아이와 다시 연결되기 위해 나는 말없이 곁에 앉았다. 매일 시간을 들여 말을 걸고, 마음을 물으며, 그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이 정직하다고 믿었지만, 때로는 왜곡된 말들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 왜곡을 알아차리는 것도, 풀어내는 것도 모두 내 몫이었다.


나는 묻는다. 지금 너는 무엇이 두렵니? 지금 너는 무엇이 아프니? 그리고 지금 너는 무엇을 원하니?


그 아이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춘 삶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말이다.


그 소망은 거창하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미소 짓는 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하루를 정직하게 사는 일. 조용한 음악과 함께 산책하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일.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이미 해줄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주 핑계를 댔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돈이 모자란다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그러나 그 모든 말은 결국 내가 두려웠기 때문에 만들어낸 장벽이었다. 원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한다면 갈 수 있다. 진심으로 바란다면,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가능성 앞에 자꾸 핑계를 세우며 내 안의 아이를 또다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다짐한다. 그 아이를 매일 불러내고, 함께 이야기하고, 그녀를 아름답고 자유로운 존재로 키워내겠다고. 그 아이가 나를 신뢰하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이 세상에 정답처럼 보이는 삶은 많다. 성공한 사람들, 지혜롭다 말하는 이들,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그들만의 해답이지, 나의 것은 아니다.


나의 해답은 내 안에 있는 그 아이가 알고 있다. 그 아이와 함께 웃고, 울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삶—그것이 내가 살아야 할 길이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다워지고 있다.


https://medium.com/@irenekim1b/listening-to-the-voice-within-be2059f1b6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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