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에세이] <컬러 인 라이프>를 다녀와서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마이아트뮤지엄

by 채유

마이아트뮤지엄 1000일 이벤트 당첨으로 프랑코 폰타나 전시 초대권에 당첨되어 방문하게 된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다채로운 색채와 더불어 수평/수직으로 구획을 긋는 직선, 지평선과 수평선, 특정 조화를 이루는 곡선의 잔상이 깊게 남은 전시였다. 사실 프랑코 폰타나라는 작가와 전시 구성에 대해 배경 지식 없이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방문했기 때문에, 사진전임을 알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사진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고 균일하게 발린 페인트와 핀 조명 아래 일정 간격으로 걸려 있는 사진에 곧 시선을 빼앗기게 되었다.


전시는 LANDSCAPE/URBANSCAPE/HUMANSCAPE/ASFALTO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섹션에서도 관람 경로와 전시 사진의 분위기에 따라 벽의 색상을 달리 꾸며놨다. 노루페인트에서 제작된 16가지의 팬톤페인트를 눈에 담을 수 있었는데, 만약 이 사진에 저 벽의 색상이 바탕이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ㄱ자로 꺾인 벽의 각 면에 칠해진 보색에 가까운 선명한 대비도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주 오랜만에 색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즐겨볼 수 있었다.


LANDSCAPE 섹션에서 만난 사진들은 마치 윈도우 운영체제의 기본 배경화면과 같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자연에서 찍는 사진들은 우연이 중첩된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은 제어할 수 없는 요소이므로, 시행착오나 테크니컬 한 부분이 수반되어야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LANDSCAPE의 풍경 사진들을 위해 작가가 얼마나 심도 깊게 장소와 구도를 정하고, 태양의 기울어짐과 구름의 흐름을 기다렸을지 상상됐다. 당시의 카메라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이 쉽게 메모리에 저장하고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의 개념보다 더 큰 정성이 들어갔을 것임이 쉽게 유추됐다.


이와 상반되게 URBANSCAPE과 ASFALTO 섹션에서는 도시를 담았는데,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작가 특유의 색상 배치와 어우러짐을 통해 도시가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을 했다. 일부의 경우 사진이면서도 질감까지 느껴지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다. 풍경 사진보다는 선명한 직선 위주이며, 뚜렷한 경계로 대비가 강조됐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컬러풀한 건물을 한데 담은 사진의 무엇에 끌려 눈길이 간 것인지,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HUMANSCAPE 섹션에서는 인물에 초점을 둔 사진이 배치되어 있었다. 인류애 마이너스 점수를 나날이 경신하는 나로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집중도가 확 떨어졌다……. 특정 인물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은 흥미가 가지 않았고, 다만 원근감과 그림자, 실루엣과 같은 은유적인 표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원추세포가 활성화된 경험이었다. 무지개 이모티콘이 참 잘 어울리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팸플릿의 전시 소개 중, '폰타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시간을 소유하고 감각한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내가 고양이 사진을 찍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은 찰나여서 원하는 시분초에 그저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남기고 꺼내볼 때마다 순간을 되새김질하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준다. 오늘도 소유하고 싶은 일순간을 남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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