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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May 10. 2023

무죄 주장 사건에서 기록 파악 방법

그 주장이 사실인가?

형사변호인으로서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의문 중 하나는


“그 주장이 사실인가? “

이다.


피고인, 피해자, 목격자들이 모두 사실만을 말한다면,

‘그 주장이 사실인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 또는 생존을 위하여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억울한 일을 겪게 된다.


특히 형사재판에서의 거짓말은

i) 무고한 사람이 처벌 받을 수도 있고,

ii) 누군가의 거짓말로 인해 진범을 확정할 수 없다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알 수 없는 결과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형사법정에 들어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사건을 담당할 때마다 “그 주장이 사실인가? “라는 의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수천 건의 형사사건을 변론하면서,

피고인의 주장, 피해자의 주장, 목격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했다.


필자의 경우 공소사실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들을 변론해야 하는 경우가 특히 많았는 바,

사실과 거짓을 판단해야 하는 무수한 과정에서 필자 나름대로 터득한 기록 파악 방법이 있다.


그것은, 기록을 읽을 때

변호인의 위치에서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  스스로가 당사자가 되어

기록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피의자신문조서를 읽는 동안은

필자 스스로 그 사건현장에 들어가서

피고인이 되거나 전지적 시점의 제삼자가 되어본다.


눈으로는 기록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필자가 사건현장에 들어가 피고인이 되거나 전지적 시점의 제삼자가 되어 눈으로 읽고 있는 기록을 상상하여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피고인의 주장이 경험칙에 맞는 경우에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으면서 계속적으로 사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상상이 가능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피고인의 주장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객관적 증거에 배치되는 경우에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읽다가 상상이 멈춰졌다. 이렇게 상상이 멈춰질 때에는,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필자가 피해자가 되어

사건을 영상으로 상상해 본다.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에 맞는 경우 사건을 계속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고,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증거와 배치되는 경우에는 상상이 멈춰졌다.


위와 같이

필자 스스로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되어 사건에 들어가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경험칙에 반하는 진술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기록으로 들어가
영상으로 사건을 상상하다 보면,
 

기록을 눈으로만 읽을 때와는 달리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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