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로맨스 인 피렌체

오늘 하루는 손님이 아닌 것처럼

by 양옙히

피렌체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게 미소를 주었다.

처음 본 사이라도 기꺼이 술자리를 함께하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그 어떤 작은 불편함조차 없었다.

아마도 피렌체와 사랑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피렌체에 들어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 예술의 고향.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오 갈릴레이, 조토처럼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단편이 농축되어있는 곳이다.

그저 중앙 역을 나와 5분만 걸어도, 200년 전 그림과 여전히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

숙소는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한 한인민박이었다. 믿을만한 호스텔을 찾기 어려워 선택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인아저씨에게 주요 관광지를 소개받은 후, 조촐한 차림으로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에 인사하러 나갔다. 곧장 향한 곳은 피렌체 대성당이었는데, 지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모든 골목에서 대성당의 독특한 외관이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17_1.jpg ▲ 피렌체 대성당의 모습. 옆의 탑이 조토의 종탑이다.
17_2.jpg ▲ 조토의 종탑에서 본 피렌체.


82m에 달하는 종탑을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베니스까지는 그렇게나 비를 몰고 다녔는데, 다행히 피렌체의 날씨는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을 보며 새삼 서울이 엄청나게 큰 도시라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리면 주요 관광지가 전부 보였고, 대부분 도보로 수 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조금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대성당 앞에서 베끼오 다리를 지나는 경로로 기부 마라톤이 열렸다.

참가비가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되는, 선의의 마라톤이었는데, 덕분에 손님인 나는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었다.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바로 앞의 지름길들을 눈으로만 밟으며 골목을 돌고 돌아 베끼오 다리로 향했다.


17_3.jpg ▲ 피렌체에서 열린 기부 마라톤. 베끼오 다리 앞에서 찍었다.

마라톤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연령, 다양한 복장으로 참가자들이 뛰었다는 점이다.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사람도 많았는데, 경쟁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한 행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뛰는 길을 따라 걸으며 그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며 내가 손님인 것을 잊고 어느새 피렌체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베끼오 다리와 가죽 공방들을 구경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라톤 행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그 유명한 베끼오 궁전 앞 로자 데이 란치 (Loggia dei Lanzi)에 닿았다.

이곳은 옥외 조각 갤러리로, 다비드 상처럼 멋진 상들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다.

바로 앞은 시뇨리아 광장으로 꽤 큰 광장인데, 예술의 중심임을 느낄 수 있게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다.


17_4.jpg ▲ 도시 곳곳에서 보인 화가들.

예술은 배고픔에서 시작한다고 했던가.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물질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갈 길이 멀어 지갑이 얇은 손님은 선뜻 말을 걸지 못했지만,

그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전 세계 사람이 아는 숱한 이탈리아의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끼며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마치 손님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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