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계획 없이 찾아와
계획대로 되는 여행은 없다.
17시간을 이동해서 지친 와중에 비까지 내리니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비가 내린 베니스는 내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또한 계획에는 없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바포레토에 몸을 실는다.
몇 번쯤 타보니, 카페에 앉아있거나 운하를 따라 걸을 때도 몸이 출렁이는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맑은 베니스를 보고 싶은 마음이 울렁댄 것일지도 모르겠다.
베니스에서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섬은 정해져 있다.
해수욕장이 유명한 리도섬,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알록달록한 집들로 유명한 부라노섬, 그리고 기차역이 있는 본섬이다.
본섬은 근본을 나타내는 本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는데, 관광객들에게 본섬이라고 하면 전부 알아듣는다.
섬들을 돌면서 가장 마음이 갔던 곳은 결국 본섬이었다.
본섬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두 곳을 꼭 추천하고 싶은데, 하나는 리알토 다리, 하나는 산 마르코 광장이다.
리알토 다리는 베니스에서 가장 큰 운하인 '대운하'를 건너는 석조 다리다. 이 다리가 지어지기 전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목조 다리를 이용했는데, 시장이 발전하고 운하를 건너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석조 다리의 필요성이 베니스 시는 석조 다리 설계를 고민했고, 그 결과가 리알토 다리다. 19세기까지 대운하를 도보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나는 리알토 다리를 이런 저널의 이유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밤의 베니스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한다.
해가 일찍 지던 겨울, 다리를 중심으로 상점가들의 불이 하나 둘 켜졌다.
배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차 커지는, 가게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잔잔한 야경과 꽤나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이것이 베니스의 밤이구나.
입 밖으로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는, 그런 순간이었다.
비는 여전히 쏟아졌다.
베니스는 비가 많이 오는 경우 운하의 물이 모두 올라와, 약 1m 정도까지 모든 섬이 잠긴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나무판자와 물이 차 올랐을 때의 도보를 만들기 위한 철제 계단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가 오면 꼭 산 마르코 광장을 가보라고 식당 주인은 내게 추천했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비는 땅 위의 거울이 되었다.
화려한, 가게들의 조명을 한 번 더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거울은 광장을 환하게 밝혔고, 이탈리아 특유의 분위기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물들였다.
비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계획대로 되는 여행은 없다.
17시간을 이동해서 지친 와중에 비까지 내리니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비가 내린 베니스는 내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또한 계획에는 없었다.
베니스는, 계획을 중시하는 나에게 여유를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