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아침 7시 50분부터 시작되었다. 니스에서 베니스까지는 밀라노를 거쳐 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애플리케이션은 말했다. 점심은 베니스에서 먹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장마처럼 내리는 굵은 비를 뚫고 짐들을 옮겨 니스 중앙역에 도착했다.
니스의 바로 옆에는 모나코라는 아주 작은 도시국가가 있는데,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그곳으로 출퇴근을 했다. 내가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는 출근 시간이었고, 흡사 출근시간의 9호선을 보는 것처럼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그 와중에 비가 와서 내가 타려던 기차는 탈 수가 없다고 했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 유레일 패스를 믿고 환승을 여러 번 하며 베니스에 가려고 했다.
▲ 숙소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조금 나가면 보이던 베니스의 모습.
유럽에서 기차가 연착되는 것은 거의 당연한 수준으로 당연한 일인데, 비가 많이 오면 운행이 취소되기도 한다. 특히 이탈리아 기차가 그렇다. 모나코를 지나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작은 소도시에 도착했는데, 니스에서 출발할 때 확인했던 열차 편이 실시간으로 취소되고 있었다. 즉, 현재로서는 이 기차밖에 답이 없어서 타야 하는데, 타고서 환승지에 도착하면 더 이상 계획했던 노선은 이용할 수 없어 다른 도시로 또 이동을 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었다.
시속 15km짜리 프랑스 산악열차도 타며, 이날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을 4번 넘었다. 패스가 있어 나는 아무 기차나 그냥 타면 되었기에 그나마 양반이었다. 다른 여행자들은 자신이 산 표가 취소되거나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리를 감싸고 화를 냈다. 그렇게 토리노라는 도시에 간신히 도착했는데, 이때가 저녁 9시였다.
기차에서는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아, 환승역에 도착해서야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오전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긴장 속에 있다가, 토리노에서 베니스로 가는 직행 기차를 플랫폼에서 마주하고서야 급격한 허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새벽 1시, 베니스의 섬에 있는 기차역인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사실 베니스의 절반은 육지고, 관광객이 가는 베니스는 섬이 대부분이다.) 새벽에도 운행하는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가장 숙소에 도착했다. 가장 안 쪽 섬에 위치한 이 숙소는 1층이 펍이고, 윗 층은 숙소인 '제네레이터'라는 프랜차이즈 호스텔이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씻는 것도 힘겨웠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방에서 하루 종일 비를 몰고 다닌 남자는 겨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