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옙히 Apr 15. 2021

33 프라하의 재즈바

뷰티 인사이드

동유럽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프라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붉은 지붕과 삐뚤빼뚤한 다리,

달콤한 흑맥주와 재즈가 어우러진 이곳.

사랑스러운 도시다.






그 유명한 프라하에 왔다. 부다페스트 이후 조금씩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프라하는 다시 추웠다.

중앙역에서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직진하면 트램을 타는 곳이 나온다. 트램을 타고 정확히 다섯 정거장을 지나 내리면 꽤 큰 복합 쇼핑몰이 나온다. 그 쇼핑몰을 가로지르면 프라하 출신의 유명한 유대인 소설가 카프카의 동상이 있다. 


이렇게나 복잡한 길을 지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이미 6시간의 기차를 탔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아껴두었다가 먹으려고 했던 꼴레뇨를 곧장 먹었다.


▲ 꼴레뇨와 흑맥주.


독일의 학센과 더불어 꼴레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럽 음식이다. 사진만 봐도 알듯이 우리나라의 족발과 유사하다. 다만 구워서 껍질이 바삭하고 2인분에 가까운 양이지만 우리처럼 나눠먹는 개념이 별로 없어 각자 하나씩 앞에 두고 썰어먹고 있었다. 


물보다 맥주가 싸다는 프라하에서는 꼭 먹어야 할 맥주가 3가지 있다. 흑맥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코젤 다크, 벨벳 맥주, 버드와이저가 그것이다. 버드와이저는 미국 브랜드가 아니냐며 갸우뚱할 수도 있는데,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졌단다. 내 선택은 코젤 다크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유럽에서의 생맥주가 기억나는데, 캔으로 아무리 보존해서 수출해도 현지의 생맥주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을 보인다. 마셔본 사람만 아는 맛인 셈이다.


▲ 천문시계.

숙소는 명소인 구 시가지와 그리 멀지 않았다. 5분 정도 걸으면 주요 관광지에 닿는 거리였다. 구 시가지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있었는데, 마침 적절한 때에 도착하여 천문시계의 인형극을 볼 수 있었다. 정각이면 작은 쪽문을 열고 인형들이 나오는데 12 사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무려 1410년부터 조금씩 만들어진 이 시계는 정각 5분 전부터 항상 사람을 몰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사람들의 '이게 다야?'라는 허무한 한숨을 만든다.


시가지를 가로질러 까를교를 걷는다. 600년이 된 보헤미안의 가장 오래된 다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한적하게 걷는 것은 어려웠다. 인파를 가로질러 꽤 걸으면 가파른 언덕이 나오는데 언덕을 올라 가방 검사가 끝나면 프라하성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까를교.


황금 소로라는 프라하성 내부의 작은 공방거리가 있는데, 이곳을 들어가는 데에도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가볍게 포기했다. 사실 나는 작고 아기자기한 것에 큰 관심을 못 느낀다. 외면의 반대급부로 시간을 얻었다. 프라하의 대부분은 성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봤던 빨간 지붕보다 조금은 탁한, 그런 색의 지붕을 프라하성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 프라하성과 까를교.


언덕을 지나 다시 까를교를 건넌다. 까를교를 건너자마자 신호등이 나오는데, 그 신호등을 건너면 곧장 구 시가지로 향한다. 나는 여기서 우측으로 돌아, 강을 따라 걸었다. 독특한 난간으로 강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이 길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마지막 장면인 21명과의 키스신을 찍은 곳이다. 연출미가 돋보였던 장면이라 인상적이었는데, 난간을 보자마자 이 지점이겠구나 하면서 배경으로 있는 프라하성과 까를교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이전 07화 32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