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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Apr 13. 2021

32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할슈타트의 물안개

진귀한 경험은 다시 여행할 힘을 준다.

거쳐간 도시, 나라가 머릿속에만 남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숙해진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

다시, 여행할 힘을 준다.






4개의 홀에는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찼다. 듣자 하니 최대한 수용하면 몇 천명도 마실 수 있단다.

지하에는 작은 시장이 있었다. 백화점 지하 1층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식당가 같았다. 다양한 안주를 기호에 맞게 골라, 아무 테이블에나 앉으면 됐다. 특별히 음식을 치우거나 서빙을 도와주는 직원은 없었다.


▲ 홀의 내부 모습.


다만 독특했던 것은 술을 사는 방법이었다. 복도의 끝에는 커다란 분수가 있었고, 그 옆에는 큰 잔과 작은 잔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작은 잔은 500ml, 큰 잔은 1L의 용량이다. 원하는 컵을 골라 손에 쥐고, 분수대에서 잔을 씻는다. 그 옆에는 계산원이 있는데, 그곳에 잔을 가져가면 용량에 따라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맥주는 1L에 6유로. 우리 돈으로 8000원 조금 넘는 돈인데, 도수가 꽤나 높다.


처음 방문했던 2016년에는 단순히 양으로만 계산이 되었는데, 2020년에 다시 방문했더니 다른 음료는 줄어들고 맥주 종류도 늘었던 것 같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과 함께 바로 옆에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직원에게 향하면, 맥주통에 꽂은 작은 수도꼭지에서 맥주를 따라준다. 마치 와인을 숙성시키는 통과 유사해 보였다.


▲ 맥주를 따라주는 직원의 모습.

맥주의 맛은 특별했다. 사실 대단히 시원한 맥주는 아니었는데, 신기하게 시원했다.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데 뭐랄까, 소주를 탔지만 소주 맛이 안 나는 소맥의 느낌이랄까. 한국인 입맛에 아주 적합한 맥주다.


자리가 가득 찼고,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보통 자리가 없을 땐 합석도 한다는데, 나는 혼자서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국인 두 명이 보였다. 외국에서 한국인은 한국인을 그렇게 잘 알아보는데, 아까 그 큰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발견했던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게 됐고, 연거푸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자리는 독특해서 서서 먹는 간이 테이블이었는데, 먹다 보니 오스트리아 사람 한 명과 독일 사람 한 명도 껴 다국적 테이블이 되었다.


▲ 함께 했던 순간.


하하호호 함께 술을 먹다 보니 얼큰해졌다. 더 늦어지기 전에 바람을 쐬며 술을 깨고 집에 가기로 했다. 비가 그쳐 촉촉해진 잘츠부르크는 그것대로 예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다. 잘츠부르크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근교 마을이 있는데, 바로 호수 마을로 유명한 할슈타트다.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1박을 하며 아침 물안개를 보려고 하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낮에도 안개를 볼 수 있었다.


▲ 할슈타트의 모습.


기차를 타고 한참 가다가 설산에 둘러싸인 간이역에 내린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내려도 되나 싶은, 그런 한적한 공간이었다. 간이역에 내려서야 선착장이 뒤로 보인다. 선착장에서 작은 유람선을 타고 10분 정도 호수를 건너면, 할슈타트 성당 앞에 내릴 수 있다. 소금광산을 개발해 전망대로 만든 곳이 있는데, 안개가 껴 올라가진 않았고, 호수를 따라 걸으며 한적함을 만끽했다.


가랑비가 내렸다. 하지만 우산을 쓰지 않았다.

추웠다. 하지만 옷을 껴입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할슈타트를 느끼고 잘츠부르크를 느끼며, 문득 이곳에 다시 오고 싶어 졌다.


진귀한 경험은 다시 여행할 힘을 준다.

거쳐간 도시, 나라가 머릿속에만 남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숙해진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

다시, 여행할 힘을 준다.


수도원 맥주와 촉촉한 공기의 할슈타트가 내게 꼭 다시 와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고, 후에 나는 그 손짓에 화답하며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인사를 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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