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스페인에서 인사는 '다시 만나요'

마드리드에서 배운 여행

by 양옙히

스페인에서 작별할 때 인사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chao", 다른 하나는 "adios."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chao"라고 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여행의 마지막 날은 무엇으로 장식하고 싶은가?

나는 마드리드에서부터 생긴 버릇이 있는데, 바로 산책이다.


톨레도에서 숙소로 돌아오며 아토차역 앞에 레티로 공원이라는 거대한 공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림픽 공원보다 조금 작은 공원인데, 잔잔한 인공호수에서 배를 탈 수 있어 인기가 많은 공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모두 올림픽 공원에서 찍어서 사실 공원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입구부터 보이는 넓은 길과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자,

나는 어느새 레티로 공원의 중심에 있었다.


IMG_4220_사본.jpg ▲ 레티로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의 모습.


일주일도 머물지 않으면서 도시를 느꼈다고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10년은 살아야 도시를 느끼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도시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여행은 게임 속 퀘스트가 아니다.

"여기서 행복"의 줄임말이라고 믿으며, 내가 머무는 동안 최대한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레티로 공원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동양 소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대로 캔을 바닥에 놓고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돌을 던져 맞췄고,

한국에서는 익숙한 작은 강아지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한 손으로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피웠다.


Sol 역에 내린 순간 이베리아 반도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갑자기 이 사람들의 삶 속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


잔잔한 바람 속에 이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며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복을 느끼며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을 준비했다.


IMG_4268_사본.jpg ▲ 마요르 광장에서 만난 이름 모를 아저씨.


떠나는 날, 숙소 주변을 많이 돌아보지는 않은 것 같아 많이 걸었다.

왕궁도 들러 구경하고, 마드리드의 골목도 많이 돌았으며, 작은 카페에 가서 스페인 사람처럼 커피도 마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마요르 광장에 있다.


이 광장은 스페인의 역사를 가득 담고 있다. 왕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자, 투우 대회에서 성난 황소들이 바닥을 긁던 곳이자, 이단자들을 처형한 곳이다.

그곳에서 하얀 옷을 입은 아저씨는 "Hola!"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유럽에서는 이런 코스프레가 많다고 들었다. 각종 캐릭터들로 분하거나 행위 예술의 형태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애써 무시할까도 싶었지만, 먼저 내민 손에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꼬레?"라는 말로 꽤나 능숙하게 나의 발길을 잡은 아저씨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말에 기꺼이 나란히 서주었다.

2장의 사진을 찍은 후 대망의 결제 시간이 왔다. "Excuse me?"라며 우스운 소리로 헛기침을 하고 엄지와 검지를 비볐다.

나도 '오 그래 깜빡할 뻔했네'라는 식으로 능청맞게 2유로를 내밀었다. 그리고 건네는 인사말 "chao."


스페인에서 작별할 때 인사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chao", 다른 하나는 "adios."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chao"라고 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스페인 사람들에 따르면, chao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만날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라고 했다.

adios는 멀리 떠나거나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라고 했다.


마드리드와 톨레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게 "chao."라고 인사했다.

다시 만날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다시 만날 것을 암시하는 인사말이라니.

참으로 따뜻해지는 표현이다.


2유로는 스페인의 카페에 가서 2명이서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돈이다. 대충 2600원 정도.

보통은 이런 경우 50센트를 내거나 1유로 정도를 내지만, 나는 가장 큰 동전인 2유로를 냈다.

나에게 마드리드에서 작은 추억을 만들어 준 감사의 표시였다.



1479853900434_사본.jpg ▲ 아저씨와 찍은 사진. 이 사진은 사진관이 아닌 곳에서 내가 돈을 주고 찍은 최초이자 최후의 사진이다.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아프면 쉬었고, 다시 걸었다.

발을 내딛을수록, 거리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마드리드를 기억했고, 지금까지 모든 여행의 버릇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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