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시작이 어렵다.
1주일 이상 여행을 하는 것을 장기여행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나는 유럽이 첫 장기여행이었다.
만약 유럽을 인생의 첫 여행지로 삼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100% 반대할 것이다.
뭐든 시작은 어렵다.
여행이 뭐 대수겠냐만은, 국경을 많이 넘었다고 대단한 것이냐만은, 그래도 한국부터 혹은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혹은 자신의 집에서부터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 2016년 차가웠던 서쪽의 어느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 비싼 돈을 들여 이 자리에 있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남들이 한다고 다 한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자신의 여행을 한다면 다음 여행은 쉽다.
카메라는 영혼을 담는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믿었던 신념이자 이번 여행의 암묵적인 목표였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사소하지만 어쩌면 무거운 동기를 가지고 여행 계획을 세웠다. 누군가처럼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혹은 왠지 떠나야 할 것 같아서 여행을 준비했다면 계획은 필요 없다.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무수히 많은 경험과 인연을 얻었고 그 끝에 영혼을 담았다.
카메라에 영혼을 담았다.
목표를 달성한 여행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린 여행이 아닌가. '여기서 행복'이라는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굳게 믿는다면, 당신의 목표는 무엇이며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사는가.
52일의 여행을 가슴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 이 기회는 언제나 나를 정화하고 새로운 내가 되었고 때로는 삶의 방향에서 지침서가 되어주기도 했다. 52번 혹은 5200번 나를 자극하고 북돋아 주었으며, 그래서 다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나의 여행은 항상 목표가 있었고, 한 번 성공을 겪었기에 언제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2019년 여름 다시 유럽을 향했고, 2020년 겨울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이 여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새로운 경험을 겪었다. 여행은 언제나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된다.
그렇게, 시작이 어렵다. 그리고 이만큼 시작이 쉽다.
52번의 유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