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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바래코드, 제주도

기타 여행_0020

by WaPhilos

어느덧 따뜻하던 봄날의 산뜻함이 가시더니 낮 동안에는 햇볕이 강하고 긴 바지, 롱 셔츠에는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한다. 둘째 아들내미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강낭콩 새싹을 베란다에 놓여 있던 넓고 기다란 하얀 화분에 옮겨 심어준다. 작은 새싹이라 푸릇푸릇한 연한 작은 줄기를 바라보며 동시에 지난가을에 기르려 했던 화분들의 식물들이 겨울 동안의 추운 날씨와 너무 물을 자주 주거나 한동안 잊어버려서 매 마르기를 반복한 탓에 잎이 반이상 누렇게 시들거나 병들어 있는 모습이 베란다 맨 앞줄에 보인다. 내 욕심에 식물들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가끔은 자신을 제외한 그 모든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대해는 나의 마음이 과욕이 되어 해가 되지 않을까?


어쨌든 새로운 3명의 콩 식물 식구가 생겼다. ‘잘 자라거라 너의 마음대로... 자주 말 걸어줘’

상가 2층 교회의 안스 기타 교실로 들어서고 6명의 수업생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아 손가락 피킹연습과 크로매틱 연습을 시작한다.


중급교실이 어느덧 3개월이 되어가고 수업의 내용은 대체로 손가락 연습, 멜로디 곡 손가락 연주, 아르페지오 연주(애드리브 포함), 퍼커시브, 무트와 3 핑거 연주법 연습, 바래코드 연습, 그리고 추가되는 새로운 어려운 코드들 연습이다. 1시간 안에 이것들을 한 번씩 연습을 하면 수업은 금방 끝나곤 한다.


“‘사랑으로’를 손가락으로 멜로디 연주 해 볼게요.”


익숙해진 노래를 손가락으로 애드리브를 넣어서 연주를 한다. 사실 아직까지 수업생의 반 정도는 손가락 연주에 익숙하지 않아서 중간중간 끊기기 일쑤다. 그렇기에 오늘도 합주는 없고 개인연습으로 진행된다.


다음으로 옛사랑 (이문세 노래)를 고고 주법으로 연주한다. C#, F#m, C#m, D/F#등 다양한 코드가 4마디에 2번씩 나오기 때문에 코드 변화가 많다. 즉 코드 연결에 주의해야 하고 기타 연주의 연결과 기술적인 부분만 집중하다 보면 가사와 멜로디의 음의 흐름에 맞지 않게 기타 소리는 기타 소리대로 노래를 치기 앞으로 나서기가 쉽다. 결국 노래라는 것은 불러야 맛인데, 노래를 부르며 노래으 흐름에 맞게 기타의 연주가 받쳐주면서 화려하고 풍부하게 소리를 만들어 주면 그만이다.


“거기까지 하고 잠시 쉴게요.”


벌써 2곡을 연주하고 했지만 수업생들이 아직 완전히 곡을 익히지 않고 힘겹게 따라오는 느낌이라서 숨을 돌리고 각자 손가락을 다시 한번 잡아본다. 나 역시 F#m와 C#m의 연결에 바래코드의 음이 명확하게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잡아보려고 한다.


“다음 퍼커시브 곡을 더 연습할 텐데요. 아빠와 크레파스 45페이지 볼게요.”


드럼과 같은 퍼커시브 주법으로 아빠의 크레파스를 기다리다 잠이 들고 말아 버린 아이의 슬픈 노래를 부르려 하니 연주 소리가 작아지고 소리는 구슬퍼진다. 무언가 슬프지만 가슴을 울리는 박자를 내는데 퍼커시브 곡의 연주법도 그 강도와 속도등이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양희은의 ‘참 좋다’이다. 부르기만 하면 참 좋은 곡인데, 마치 자전거를 타고 햇볕이 비추는 바람 부는 봄날의 들녘이 생각난다. 그 누군가가 항상 어릴 적 탔던 자전거 탄 들떴던 기분이 생각나기만 한다.

‘햇살이 참 좋다. 니가 있어 참 좋다.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두 눈감고 날아가~’


이어진 하이코드 연습이다.

연가, 여행을 떠나요, 그리고 모두가 사랑이에요. 하이코드 곡이 늘어간다. 오늘은 특별히 Em코드를 2 플렛이 아닌 Cm에서 2 플렛(반박자 2개->1박자) 위로 Dm 그 2 플렛 다시 위로 Em로 잡는 하이코드를 연습한다. 기타의 각 줄의 여러 플렛의 좌우와 상하의 모든 자리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고 소리 내어 보는 중이다.


“탄아 했어? Em 바래코드 잡았지?”

앳된 목소리의 타이탄의 남자아이가 라이브로 다시 등장했다.

“아니요 좀 어려워요.”

“한 번에 잘 안되니깐 자주 연습해야 돼, Bm에서 한 칸 윗 플렛하면 Cm고 거기서 2 플렛 위가 그대로 잡으면 Dm고 다시 2 플렛 위가 Em야!”


하이코드의 바래코드는 기타 플렛에 대한 이해와 손가락의 위치 및 운지법을 동시에 익혀야 소리가 나오고 기타 넥을 위아래로 곡의 연주에 맞추어 이동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도 F코드를 비롯해서 바래코드로 많은 코드를 익혀 두었기에 나에게는 이제 정확한 위치에 빠르게 이동하고 휘어진 기타 넥과 기타 줄 사이를 더 힘이 들어갈 수 있는 손가락 각도와 자세로 눌러주는 법만 익히면 될 것이다. 이쯤에서 문화센터 한 선생의 내 손가락을 잡아 비틀며 ‘힘 빼세요. 펴세요. 굽히지 말고 눕혀서 눌러주고 나머지 손가락을 벌려서 잡아주고’ 했던 개인레슨이 많은 도움이 주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잘 안돼요~~”

“그래 연습 더 해와~~~”


“다음은 3 핑거 곡을 할게요.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단조로운 곡이지만 내가 연습한 3 핑거 곡은 ‘Dust in the wind’ 하나 이기 때문에 안스 교실에서 연습하는 한 가지 패턴의 3 핑거 곡은 다소 연습이 덜 되어있다. 아직 약지와 새끼손가락 없이 3가지 손가락 만으로 연주하는 3 핑거 연주가 조금 낯설다. 아마도 노래가 웃음이 날 정도로 가사가 재미있고 신나는 곡이라서 그런지 나의 3 핑거 연주도 웃음이 날 정도로 기타 줄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소리를 내는지 아닌지 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기르고 있는 오른손 손톱에서 소리가 나오다가 위치를 잘못 집어 손가락 끝 살에서 소리가 나고 하다 보니 노래의 연주가 3 핑거 연주라기보다 빠른 아르페지오 곡처럼 들리기도 한다. 확실한 임팩트의 3 핑거 곡의 연주를 위해서는 정해진 연주법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어중이떠중이 노래나 연주가 될 듯싶다. 한곡이라도 그 곡에 담긴 작곡가, 작사자의 음과 소리를 잘 즐기고 즐겨 드리기 위해서는 연주자의 완벽함이 절실함을 느낀다.

“다음은 183페이지... ‘비 오는 거리’”를 해 볼게요.


아.. 비 오는 날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아름다운 사랑노래이다.

‘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화 헤어지던~날’ 퍼커시브 연주로 연주하다 보니 기타 드럼 박자에 산뜻하고 사랑이 담긴 노래가 아름답게 울려진다. 너무 무겁지 않고 곡을 가볍고 리듬감 있게 만들어 주는 퍼커시브 연주가 사뭇 좋게 어울리는 곡이다. 하지만 역시 마디마디 코드 변화가 좀 있어서 원곡의 속도에 맞추어 코드를 집고 퍼커시브 연주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좀 빠르죠? 어렵죠?”

“하나만 더 해 볼게요. 186페이지 ‘제주도 푸른 밤’”

“여기에는 BbM7 코드가 있는데 이거는 F로 잡으세요.”


누구나가 제주도 여행을 꿈꾸고 또는 너무 자주 가서 익숙해진 제주도와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잊어버리고~’ 늘 그렇지만 첫 소절 부분의 모든 걸 잊어버린 건지 던져버린 건지 매번 나의 머리엔 확실하지가 않다. 마치 요즘 들어 제주도 여행을 할까 생각할 때마다 거기 갈까? 동남아 갈까? 고민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것처럼


“어때요? 곡이 생각보다 어렵죠? 전에는 F코드로 시작되는 곡들을 많이 안 했는데요. 어려운 코드 진행이 나오기 때문에 이제는 좀 연주를 하나씩 할게요.”


“우리가 아는 낭만의 곡이랑 좀 다르죠? 하하”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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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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