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여행_0021
“여보 오늘 내가 피곤하니깐 첫째 하원 좀 시켜줘”
아내가 퇴근 후 피곤하다며 미술학원 다니는 첫째의 하원을 부탁한다.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한 마디 돌려준다.
“응 그럼 하원시키고서 난 기타 수업 좀 일찍 다녀올게”
“그래 알았어”
6시 반 저녁 전에 급히 녀석을 데리고 단지 지하 주차장에 내려주고 나는 기타와 악보를 차에 싣고 문화센터로 향한다.
덕분에 저녁 8시 기타 수업 전에 1시간 정도는 오롯이 기타 연습 시간이 생겼다. 나의 문화센터 2층의 한가한 대합실 버스킹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시간 때의 드럼 교육생, 관현악의 플롯? 같은 센터 수강생들이 전부지만 수업을 듣는 아이와 어른 또는 어른들이 왔다가 가고 하는 곳이다. 나의 버스킹 아닌 기타 연습 장소로는 딱이다. 연주가 이상하거나 나의 노래 실력이 이상하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습하는 곡은 최근 끝까지 배운 ‘로망스’부터 ‘Dust in the wind’, 그리고 국내외 포크송 들이다. 정신없이 이곡 저곡 가볍게 노래를 섞어가며 혼자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노래에 취해 기타를 연주한다.
“안녕하세요. 기타 잘 치시네요. 혹시 여기도 기타 수업이 있어요?”
처음 보는 관객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기타에 관심 있는 중년 아줌마라고 해야 하나? 갑작스러운 등장에 나는 놀라고 만다.
“아.. 네 여기 문화센터 6 교실에 포크송 기타 수업이 있어요.”
“아 그래요. 너무 잘 치시는데, 여기 수준이 좀 높나 봐요?”
그냥 하는 소리일 거다. 중급 기타 실력은 누가 잘못 흘깃 본다면 기타를 안치거나 모르는 사람은 굉장히 잘 치거나 멋지게 보이기 일쑤 이기 때문이다.
“아 아들이 여기 드럼 배우고 있거든요. 같이 왔다가 기타 치는 모습을 봤는데 멋있으 셔서, 저도 기타 관심이 있어서요.” 아 역시 아들 문화센터 수업에 따라온 아줌마인 것이다. 그런데 사뭇 관심이 더 많다.
“제가 사실 우쿨렐레를 예전에 전공을 했었는데... 기타는 배우고 싶었는데 안 했거든요”
“여기 문화센터도 한 선생님도 괜찮고, 근처 통기타 안 선생님도 괜찮고 그래요.”
나의 버스킹 첫 번째 관객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마도 반은 기타를 배우고 싶은 기타린(기타 어린이)인가 보다.
어느덧 8시가 되어 반장 아줌마가 1등으로 자리 잡은 수업실로 들어선다. 곧이어..
“안녕하세요. 아이고 힘들어, 피곤해... 죽겠네”
“어떻게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지... 이제는 딱 고정 멤버네요. 6명”
“지난주까지 로망스 끝까지 배웠죠? 잘 돼요? 다 해보셨어요?”
나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이 로망스의 첫 8마디 이외의 뒷부분의 손가락을 벌리고 바래코드로 이어지는 major 음 부분과 다시 단조 minor 마무리 부분등을 온전하게 쳐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를 쳐다보고 묻는 푸들 한 선생에게 ‘네’라고 대답을 돌려준다.
“다 쳐 봤는데, 어느 부분에는 이 손가락으로 집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아. 오늘은 로망스 전체에서 어려운 부분을 개인적으로 봐 드릴게요. 그리고 다음 곡으로 같이 노래 부르면서 같이 싱어롱 할 수 있는 곡을 몇 개 선정해 보는 걸로 하지요. Dust in the wind 곡은 악보를 안 드렸죠? 그럼 악보를 드리기 전에 반복되는 연습 부분을 적어 드릴게요 연습을 좀 더 해 보세요.”
“팝송 하나 할까요? 어떤 곡 좋아하세요?”
나에게 온 질문에,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 중에서 다른 수업생 들도 같이 할 만한 곡을 생각해 본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승철 노래요”
“어려운 곡은 아닌데...”
“따라리라~ 따라리리라~~”
어느덧 멜로디를 읊조리더니 코드를 찾아가며 한 선생이 아르페지오로 연주를 한다. 역시 노래의 코드와 멜로디를 듣고 찾아내면 코드로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가?
“팝송 중에 ‘you’ve got a friend’(Carole King) 어때요? 캬~ 그런 노래 좋지”
한 선생의 노래와 연주가 또 이어진다. 나의 핸드폰의 ‘you’ve got a name’ 곡이 있는데 남자 가수인데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곡은 일단 아닌 것이다.
“아니면 전주 따는 걸 해 볼까요?”
전주를 딴다고? 곡의 멜로디만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전주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마치 밴드에서 노래를 부를 때 원곡의 코드를 모르더라고 곡의 멜로디를 읊조리면...
“F로 갈까요?... 아니요 G#으로 갈게요” 이러든 곡의 멜로디를 따라 곡의 음 높이를 유지하여 전주든 연주든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경이롭다. 마치 기타의 많은 코드와 곡을 연주하다 보면 그 곡의 전주와 연주도 비슷하게 음정을 따라가 음 높이에 맞추어 연주가 될 수 있을지...
언젠가는 나도 갈 곳이라 문화센터 버스킹과 함께 한껏 자신감과 낯 뜨거움을 느낀 그 순간 상상해 본다.
“원곡과 똑같이 전주를 해도 좋지만 멜로디를 따라 만들어 주면 되는데요. James Taylor 연주를 한번 보세요. A코드를 손가락은 바꾸어서 잡고, D코드는 손가락을 뒤바꿔서 잡아요. 그래도 기타 소리는 정말 멋지죠.”
갑자기 원곡느낌이 아닌 전주를 만들어보기와 코드를 스스로 만들어 소리가 잘 나기만 하면 된다는 정해진 방법이 아닌 자유로운 기타 연주의 세계로의 안내가 이어진다.
“'두 사람' 이란 곡 아시죠? 성시경노래요? 그것 유튜브에서 기타 연주를 멜로디만 따서 연주해 보는 게 나오는데 한번 보세요. 원곡이 아니고 코드도 원곡과 똑같지 않고 손가락도 자기 맘대로 지만 소리가 정말 멋지게 나거든요.”
그렇다 원곡의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편곡과 느낌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연주를 하고 노래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세계로 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눈이 감긴다. 그리고 가는 길에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있어야 한다. 마치 문화센터 기타 교실, 교회 통기타 교실에서 졸업을 하고 더 나은 음악학원과 전공음악을 배워야 할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기타를 잡으면 좋을까 하는 것은 원곡을 연주한 기타를 보면 도움이 많이 되지요? 연주를 혼자 해 보고 싶을 때는 원곡 연주를 자주 보세요.”
“혹시 다른 분은 어떤 곡 해 볼까요? 추천해 봐요.”
조용한 내 뒤에 항상 앉는 50대 초 아저씨는 ‘버즈’의 ‘마이러브’ 곡을 좋아한단다. 모르는 곡이다.
“10센티요!” 여반장 옆 단짝 여자가 대답한다.
“하하 그건 너무 젊은 사람들 노래 아니에요?” 다들 약간씩 웃음을 보내준다.
“그럼 ‘숙녀에게’ 요. ‘소녀에게’? 인가? 이문세 노래 있잖아요?”
“아 ‘소녀’? 그거 좋지요”
수업은 다시 다음 주부터 같이 연주할 팝송, 국내 포크송 등의 얘기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결국은 한 선생의 애창곡으로 좁혀진다.
“비틀즈의 ‘Let it be’로 하려고 했는데, 아시죠? 내가 원래 비틀즈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거든, 이 노래는 비틀즈의 정점에서 약간 후기에 나온 곡인데, 이 밴드가 10년도 안되게 활동을 하고 앰파이어스 빌딩 꼭대기에서 ‘Get Back!!’ 하고서 해체 했잖아요?”
“존레넌은 암살당하고...”
아 비틀즈 밴드에 관해 몇 가지를 새로 알게 되었다. 피살당한 멤버 존 레넌과 Let it be 노래의 흥행시기, 그리고 뉴욕의 앰파이어스빌딩 꼭대기 에서의 공연(실제로는 애플 사옥 루프탑이고, 해체 전 공식적인 마지막 라이브 공연)과 해체...
“비틀즈와 국내에서 가장 비슷한 가수가 있는데 아세요?”
‘혹시 장기하 밴드 인가?’ 왠지 모르게 장기하 밴드가 기억이 낫다. 아마도 예전에 누가 한 말을 들었거나 SNS에서 보았을 것이다.
“장기하 밴드예요. 한번 앨범을 쭉 들어보세요. 듣다 보면 비틀즈 노래와 비슷하고 기발한 코드와 멜로디가 많이 비슷해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기하 밴드라고 생각을 든 것이 우연인 것인가?
“Let it be도 그렇죠 들어보세요. 어떻게 시작하냐면.. 처음에 피아노로만 시작하다가 드럼이 들어가고 기타 반주가 들어가고 합주로 절정으로 연주되죠 비트도 8비트에서 16비트로 바뀌는 부분도 있고...”
그러고서는 비틀즈 Let it be 곡의 악보가 마침 있었는지 6명에게 배부가 된다.
안스 교실의 초급책에 나와있는 곡이라 연주는 많이 해 보았던 곡이라 악보가 필요 없겠다 싶었는데.. 받아보니 일부분의 코드 진행이 다르다. 연주를 해보니 새로운 박자에 리듬이 더해진다. 4박자에 F->C코드로 ‘딴딴 따 딴’인데.. F->C->Dm7->C로 4박자를 1박자씩 쪼개서 코드를 잡아준다. 원곡과는 조금 다른 애드리브의 풍성한 재즈리듬 같기도 하다. 마치 이 코드가 원곡과 더 가까운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로망스 999 플렛 음에서 12 플렛으로 갈 때 새끼손가락으로 12 플렛을 잡으면 되나요?”
“아 맞는데 그러면 손가락 잡기가 어려우니깐 여기서는 검지로 9 플렛 전체를 옮겨서 눌러주고 12, 11, 10 플렛으로 내려오는 음을 약지나 새끼손가락으로 잡으면 훨씬 편하지.”
아.. 그렇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지만 편하게 연주가 가능한 쪽으로 잡는 게 맞다.
“자 연습 다 하신 분들은 마무리하시면 돼요.”
“수고하셨습니다.”
길고 색달랐던 버스킹과 수업을 통해 같이 오솔길을 기타를 들고 걸으며 이야기를 하는 듯한 한스 기타 수업이 오늘도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