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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센티, 타자기, Tab악보

기타 여행_0019

by WaPhilos

이어진 긴 연휴 뒤 오늘은 문화센터 2층 기타 수업이 있다. 어린이날 부처님이 오신 날이라 대체 휴무까지 더 해져서 긴 연휴였지만 두 아들 녀석들과 떨어질 수 없어 기타 연습은 하지 못한다. 거의 종일 최소한 한 녀석은 내 옆에 아직 끼고 있어야 되는 팔자이기 때문이다.

연휴에 어버이날을 앞두고 겸사겸사 부모님들도 뵙고 시간은 봄 날씨가 갑자기 여름날씨처럼 바뀌 듯 금방 지나가 버린다. 하루하루 내 왼 손가락의 굳은살은 점차 속에서부터 물렁해지고 겉의 거친 표면은 약간의 맨들맨들한 살로 덮여지고 있다.


연휴가 끝난 수요일 오전 녀석들이 모두 학교, 유치원으로 떠난 후 커피 한잔과 함께 기타를 집어든다. 기본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손가락 피킹부터 크로매틱 연습을 30분 이상 진행한다. 손가락이 기타 음을 따라 1 플렛에서 12 플렛으로 정확하게 그리고 작은 숨을 시작으로 가쁜 숨이 터져 나올 때까지 빠르게 움직인다.


다음으로 통기타 초급, 중급 책의 여러 곡을 싱어롱으로 연주하고, 아르페지오 곡으로 연주한다. 각 곡들의 익숙해진 코드 뒤로 노래도 불러본다. 곡 연주만으로 연습을 하도 보면은 곡의 가사와 멜로디, 박자(리듬)가 다 같이 살아나서 어우러져 완성되지 않고 혼자만의 연습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결국 곡 하나의 기타 연주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곡의 멜로디, 리듬(박자), 연주법(애드리브 포함)을 표현해서 음들의 소리로 울리고 노래로 가사의 감정을 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저녁 8시 한 선생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뒤 돌아보지 말아요~~!”


뒷문으로 들어오는 한 선생이 여반장과 인사하면 강의실로 들어온다.

“잘 지내셨죠? 에고 힘들다.”


“머리 하신 것 같아요!” 여반장이 인사를 건넨다.

“어떻게 금방 알아보시네요!, 길어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어깨 위쪽으로 잘랐죠. 글쎄 미용실에 갔는데 담당한테 한 10센티 자르시면 돼요 그러더라고!. 그거 아세요? 한 달에 머리카락이 대충 어느 정도 기는지?”


“약 10센티 정도 자란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알아서 예쁘게 잘 잘라줘”

한스 선생은 매월 1회 파마 푸들 머리를 하러 단골 미용실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왠지 머리 스타일이 5개월간 같고 그 길이와 브리지 등 데코레이션만 바뀌는 걸 보니 집 근처 단골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의 월간 작품인 것이다. 문득 나와 띠 동갑쯤 되어 보이는 한 선생 나이에 저런 Rock spirit이 느껴지는 머리를 하고 있는 주변 사람을 생각해 보았지만 누구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한 선생이 유일하게 주변에 반 평생이상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혼 후 11년간 미용실을 다니지 않고 혼자 집에서 바리캉으로 내 머리를 자르고 있는 나는 약 1년이 넘도록 적당히 더 길어진 머리로 점점 더 빠지는 정수리 부분과 힘없이 쓰러지는 앞머리 부분을 애처롭게 덮어 그 검은 머리 모양새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은 낭패다 길어진 머리가 덮고 있는 털 빠진 머리 부분이 사방으로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일주일 이상 연습하지 못한 로망스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 Minor 곡조의 로망스 부분을 마지막으로 배울게요.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에요. 잘 들어요. 다음엔 안 가르쳐줘~ 킥킥”


‘753 320 222 232’ 앞의 Em 코드의 6번의 손가락 연주와 B7 코드의 6번의 코드 연주로 슬픈 연주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Em 코드로 조용히 마무리된다.

여기까지가 대부분 어느 정도 기타를 치는 분들이 연주하는 부분이고 그다음의 장조로 이어지는 밝은 분위기의 연주 부분은 악보로 대체된다.


“이어지는 장조 부분을 한번 쳐 볼게요.”

다음의 연주되는 장조 부분에서 음울한 단조에서 영화 ‘금지된 장난’의 뽈레뜨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작은 소망, 그리고 희망의 밝은 기운이 안개처럼 일어나는 느낌이 펼쳐진다. 마치 이른 새벽 햇빛이 내리치기 시작하고 안개로 덮여있던 오솔길의 나무사이로 밝은 길이 조금씩 나타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장조는 다시 12 플렛의 밝고 높은 뜨거운 눈물의 음으로 터지면서 Minor 단조로 돌아와 Em의 반복되는 시작음과 같이 마무리가 된다.


“연휴에 뭐 하셨어요?”

“애들이랑 캠핑 갔어요.” 40대 후반 아저씨가 대답한다. (예전에 50대로 대충 알고 있었는데, 캠핑을 다니는 걸 보니 아마도 나보다 몇 살 위 40대 중 후반 남자분 일 거다)


“기타는 가지고 갔죠? 캠핑 가면 기타지!!!, 모래에 앉아서 모닥불 피고 기타 치면서~~. 다들 그런 기억 있지 않아요?”


“저는 기타 가지고 가요!” 불쑥 내가 대답을 하고 말았다. 사실 첫째 아들과 캠핑을 가면 나는 기타와 책을 들고 가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녀석은 게임기와 책을 들고 각자의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TAB악보에 대해서 예전에 했었죠?, 대답이 적어서 오늘은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릴게요.”

“오선지를 그리면 여기에 ‘도’ 음이 있죠. 그럼 기타에서 이 ‘도’는 몇 개다?”


기타의 스케일은 플렛을 펼쳐 여러 군대 같은 음 소리가 나고 옥타브도 펼쳐 저 낮고 높게 소리가 나기 때문에 ‘도’ 음은 여러 개다.


“오선지의 이 옥타브의 ‘도’는 오선지에는 이 자리 하나밖에 없어요. 그걸 일대일 대응으로 기타 줄 6개에 표현해 놓은 게 TAB악보예요.”


그렇다. 음악의 오선지의 음은 그 음 하나이지만 기타에서는 여러 군데 그 음을 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래서 그 음을 일대일로 맞추어 그려놓은 것이 TAB악보인 것이다.


“그러니깐 TAB악보를 보고 연습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 타자기 쳐 보셨어요? 컴퓨터 자판같이 타자기의 글자 위치를 독수리 타법으로 익히다가 나중에 그 위치를 다 기억하고 속도가 빨라지면 자유롭게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지요”


기타 넥의 플렛의 전체 블록과 음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외우고 익히고 누르는 해당 손가락과 그 누르는 각도, 압력 등을 완전하게 익히게 되면 그다음엔 피아니스트처럼 자유자재로 기타의 소리를 따라가고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타는 ‘도’가 여러 개예요. 그러니까 멜로디의 주변음들의 폭에 따라 그 누르는 위치가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타브악보를 보지 말아라 그랬거든 그건 음악이 아니라고 악보를 보고 쳐야지 운지만 나와있는 악보를 보고 치냐고~, 그런데 시대가 변한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이글스, Guns and Roses’의 악보가 딱 들어오고,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얼마나 타브악보를 구하기 쉬워졌어요~ 이제는 타브 악보 수 십만 개도 검색해서 다 볼 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타브 악보라는 것은 결국 원래 곡의 오선지 음을 옮겨 적어 만든 악보로 화음과 운지 음이 악보마다 다르기 때문에 잘 골라서 연습을 해야 된다고 한다.


Tablature(태블라 추어) 악보만 보다 보면 오선지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식으로 오선지와 Tab악보가 같이 그려진 악보책을 사서 연주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건 Tab악보도 결국 타자기처럼 각 기타의 스케일 위치, 그리고 전체 플렛에서의 음과 화음의 정해진 위치 등을 익히고 스케일의 높낮이 변화에 따른 음의 위치와 화음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낫 방구석의 고독한 솔로 연주자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타를 배워 남들과 협주하고 노래하고 곡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전체의 Tab 악보 연습을 통해서도 기타의 구조, 음의 위치와 화음과 멜로디로 이어지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타 실력은 계속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제 로망스 뒷부분이 포함된 악보를 드릴게요. 로망스는 오늘까지 하고 다음 주엔 ‘Dust in the wind’를 악보로 배워볼게요. 각자 연습하시고, 개인적으로 봐 드릴게요”


남은 시간 로망스의 슬프고 아름답게 들리는 멜로디를 연주하며 긴 연휴 다음날의 저녁도 지나간다. 뽈레뜨가 고아원에서 나와 길을 잃고 미셸을 부르며 눈물과 함께 뛰어가는 마지막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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