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여행_0005
8월이 끝나자 9월이 되고 몇 달 동안의 기나긴 더운 적도 대기와 북극 서늘한 대기의 대결도 끝나가는 듯하다. 더운 대기의 열기는 어느덧 그 자리를 서늘한 대기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어떤 원리로 에너지를 지닌 이 대기들이 이동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뜨거운 태양을 1년 주기로 공전하는 기울어진 지구 때문일 것이다. 지구 위 우리 동네가 겨울이 되면 태양과의 거리가 조금은 더 멀어지는 것이고, 반대로 하반구의 호주는 더 가까워져서 따뜻해질 것이다.
수요일 문화센터 포크 기타 교실에 1등으로 들어서 자리를 잡고 연습하는 곡들을 다시 반복해서 연습해 본다. 거의 완벽한 연주와 노래, 감성을 실어서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연습해야 할 몇 곡들이 있다. 마치 기타 연습을 위한 곡들과 공연을 위한 곡이 나뉘는 것처럼 이제는 나에게 맞는 곡들을 선택하여 화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중학생 막내 연습생이 들어왔다.
나머지는 모두 결석인 듯하다. 이어서 푸들 한 선생이 들어왔다.
“오늘은 이게 전부인 것 같아요. 사정이 생겨서 나머지 분들은 못 온다고 하시네요.”
“오늘 뭐 할까? 하고 싶은 거 궁금한 거 다 물어보세요!!”
기타를 배우는 초보자는 기타 악기에 대한 질문부터 화음(코드), 연주법, 애드리브 등 물어볼 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그것들을 전부 한 번씩 스스로 실험해 보고 이해를 하게 되면 그다음은 충분한 연습시간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기 나름대로 재 해석하여 자신만의 연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 현재의 나의 실력 정도엔 질문할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한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간단히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오르고 계속 떠나지 않은지 거의 3주가 되어간다. 그러고는 지난주부터 하루의 기타 연습시간을 의무적으로 하루에 최소 2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전주부터 연습하던 take me home country road 곡의 악보는 펼치지 않는다. 오늘은 궁금한 것과 일상 얘기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런 기회나 시간이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삶은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 하고자 하거나 맘먹은 것은 온전히 몸을 던져서 해보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을 알기에 그동안 마음속에 있는 알고 있거나 알지 못하거나 한 그러한 질문이라도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한다.
“선생님, 사실 몇 주 동안 그동안 기타연습하면서 슬럼프랄까? 기타 연습은 계속하고 있는데, 실력이 느는지 모르겠고, 무엇을 목표로 잡고서 연습을 해야 할지, 솔직히 음악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공부를 더 해서 실용음악이라도 배워야 할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이러한 질문은 기타를 배우거나 음악을 하는 것을 결정한 사람들에는 자주 오가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음악을 배워보고 싶어 하거나 다른 삶의 영역을 포기하고 음악이라는 영역으로 또는 장르로 삶을 나아가보고자 망설이는 사람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실용음악은요, 대중음악이죠 과가 생긴 지도 오래된 것은 아니고요. 실용음악도 기타, 피아노, 보걸, 작곡 등 종류가 많아서 어떤 것을 배울 건지 정해야 되고요. 지금 기타를 배우시면서 고민하는 것이라면 화성학 같은 음악에 대한 기본적은 공부를 한번 해보세요.”
“지금 실용음악 학과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악기를 진짜 열심히 연습해서 전공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제가 이제 50이 넘었는데 앞으로 평생 기타를 연습하고 쳐도 원하는 실력까지 올리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그냥 평생 기타나 음악을 할 생각을 갖는 거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내 옆에 앉아 있던 중학생 녀석은 졸린지 그냥 멀뚱이 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시간이 됐으니 나가면서 얘기할까요?”
“네”
어느덧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얘기는 계속 이어진다. 결국 궁금했던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실용음악이라는 대학교의 학사 교육도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당장은 고민할 부분은 아닐 것이고 화성학이나 실용음악 기본서 등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많으니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를 해 보는 게 어떠냐는 것이 푸들 선생의 말이다.
다시 지난봄에 사서 공부하던 실용음악 교재를 펼쳐야겠다. 기타 연습시간 2시간, 음악공부 1시간 정도는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2주 뒷면 추석이다. 약 10일이나 되는 긴 연휴 동안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계획을 세워본다. 부여 백제문화제, 세종시 식물원, 영화 보기, K2 축구경기 관람 등... 그리고 그 계획 중에 기타 연습 시간도 포함해야 하고, 당연히 이 기타 녀석도 같이 데리고 다녀야 할 것이다.
오늘 문화센터 기타 수업에는 고정멤버 여 반장과 친구, 중학생 막내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참석했다.
“지난주에 공연이 있어서 참석을 못했어요. 국악 공연이 있어서요.”
“오? 그래요? 어디 한번 봐요. 핸드폰으로 찍은 것 있어요? 얘기를 해 줘야지 다들 구경하러 한번 가지요!”
여반장은 그냥 주부 노처녀가 아니라 다른 신분이 밝혀진 듯하다. 국악을 전공한 학교 선생님이나 강사로 일하는 여자 일 꺼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4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주름진 얼굴과 생기 없는 눈빛은 그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같이 어느덧 조화를 이룬다.
“국악은 주파수를 440으로 하나요? 보통 악기는 440Hz로 하는데...”
“저희는 442,3 정도로 맞춰요”
“국악에서는 화성이 있나요? 궁금해서요. 코드 이런 걸로 연주되는 게 아니니깐..”
“국악에서는 선율로 가기 때문에 화음 같은 건 없어요.”
국악에서의 장단은 리듬, 가락은 멜로디라고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주에 화성학 하고 음악 공부에 대해서 얘기했잖아요?”
푸들 선생이 나를 바라보면 얘기를 던진다.
“네 그래서 전에 봤던 실용음악 책을 다시 공부하고 있어요. maj, min, aug, dim 장조랑 sus4 화음에 대해서 이번 주에 좀 봤고요”
“그래요? 그때 얘기를 하고 며칠 밤 잠을 잘 못 잤어요. 괜히 내가 여러 얘기를 해서 하고자 하는 걸 방해하지 않았나 해서, 잘못 얘기했나 해서..”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에는 자기 노래를 만들어 부르거나 창작하는 거기까지 가게 되거든요. 화성학 같은 음악을 기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가능하면 피아노 악기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고요. 작곡프로그램이 요즘에는 너무 많고 잘 돼 있어서 시퀀싱 하는 것도 좋고...”
“처음에 드럼비트, 피아노 멜로디, 등을 넣다가 나중에는 레이어가 엄청 쌓이기도 하고 나중에 들어보면, 여기는 이 화음이 오면 안 될 것 같은데... 아 좀 멋있게 바꾸려고 넣었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반면에 그렇게 해 보다가 명곡들을 들으면 몇 개의 간단한 악기로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에 놀라고 하죠. 그 기본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음악을 알게 되는 거지요.”
어쩐지 나를 쳐다보면서 10분 이상 얘기를 해 오는 푸들 선생에게서 얼굴을 돌리기가 어렵다.
“혹시 Unplugged 공연에 대해서 아세요? 예전에 기타 하나만 가지고 작은 공간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했었지요.”
아마도 심플하게 몇 개의 악기를 가지고 음악을 하는 것도 나름 그 유행이라든가 마니아가 있고 나름 진정성이 있는 노래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다. 내가 듣는 대부분의 노래들도 간단한 몇 개의 악기로 구성된 포크 음악, 발라드, 락 등이 많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캐롤킹인데.. 대표곡이..”
“뭐였더라.. ‘you’ve got a friend’”
“혹시 그 노래 James Taylor곡 아닌가요?”
“아 원곡자는 캐롤킹인데.. James Taylor가 불러서 히트를 하고 나중에 캐롤킹 노래도 유명해졌고 그렇지요. 그리고 ‘Fire and Rain’이라는 곡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곡인데 한번 들어 보세요”
“아.. 그 곡 저도 알아요. James Taylor 노래 다운로드하여서 듣고 있어요.”
“그래요???”
푸들 선생이 약간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한 선생의 포크 기타 수업시간 동안 얘기했던 가수들의 노래들은 대부분 음악을 찾아보고 그 곡 중 맘에 드는 곡들을 다운로드하여 듣고 있었다.
“소리바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저처럼 옛날? 사람은 그게 편해서 최신곡은 없지만 명곡들은 꽤 많아서 500원에 한곡 정도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어느덧 음악얘기는 끝나가고 진도를 위한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싱어롱 한 번 하고 수업은 마무리가 된다.
“정말 여러 곡들을 쳐 보세요. 그러면 코드들이 익숙해지고 반복되는 코드 흐름도 알게 되고 하니까요. 지금 이 포크송처럼 빠른 노래 중에 김광석 노래도 몇 곡 있어요. 그녀가 처음 웃던 날.. 난 깜짝 놀랐네~~~”
다음에 추가될 곡은...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