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냈다.

너였구나.

by duke j

대학을 다니던 봄에 같은과 학생 하나가 시위진압 전경대가 쏜 최루탄 파편에 맞아 죽었다. 1학기 중간고사는 봤는데 시위가 격화돼 기말고사는 안봤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던 나는 어쩜 다행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거리에든 학교에든 하루종일 최루탄 가스가 내려앉아 있어 호흡기가 안좋던 내겐 고역이었다. 학교에 자주 가진 않았지만 가면 도서관이나 경영대 건물보단 대강당 1층에 있던 락밴드 연습실에 주로 머물렀다. 가을학기엔 아예 강의나 시험이 없었었나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래저래 거친 생활로 기력과 정신과 그나마 없던 돈을 허비하다 조금 이른 시기에 군에 입대했다. 나는 가끔 여기에 군악대 시절 얘기를 써놓곤 한다. 복학하고도 여전히 앞은 잘 보이질 않았다. 당시엔 다른 학교 다니던 여자 아이들에게 대학신문을 우편으로 보내주는 일이 요즘 말하는 플러팅의 한 방편이었다. 내 무딘 기억이 최근에야 되살려냈지만 그 즈음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며 국문과의 한 예쁘장한 여학생 사진이 학보에 실리기도 했다. 고딩 동창인 경일이가 친한 후배라고 해 한번 찝적대볼까 하다가 암껏없는 내 처지 돌아보고는 남는 시간에 생업이던 알바 쫓아다니며 살았다.

#한강 #노벨문학상

그래 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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