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율동공원

시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율동공원

유복녀


네가 여섯 살 때

호수는 잔물결이 일고

내 마음은 끝없이 출렁였지

네 한 손을 힘주어 잡고

네 발걸음에 내 힘을 얹어

걷고 또 걷던 호숫가

넌 끝없이 소리 내어 울었고

나 또한 속으로 한없이 서러웠다

계절은 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데

너와 걷는 내 걸음은

매번 흔들리고 비척였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네 걸음에 추임새를 넣으며

설움에 지친 내 목소리

그때마다 호수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오리 무리

넌 오리들을 보며 유일하게 웃었고

난 잠시 쉴 수 있었지

열다섯 번의 봄을 맞고 겨울을 보내는 동안

넌 자랐고 난 그 호숫가 그 길에서

여전히 아팠다

그날의 우리처럼 오늘도

호숫가를 걷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누군가와 마음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겠지

마치 예전의 너와 나처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