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이야기
석양 / 유복녀
해질녘
산마루로 기우는 붉은 햇살에
미처 재를 넘지 못한 산 그림자
눈에 익은 길가 찾아 성급히 모로 눕고
한낮 뜨거운 열기로
털썩 주저앉았던 들꽃
주춤주춤 허리 펴
바람결에 옅은 향기 실어 보낼 때
담배 연기 뿜으며 한숨 날리던
나그네의 처진 어깨 위로
잘게 부서진 햇살 한 가닥
미련처럼 내려앉아
마지막 온기 다해 위로하는 시간
하루살이 나그네의 긴 그림자는
낮은 담벼락 안으로 더 깊게 드러눕고
종일토록 기다림에 서성이던 늙은 개 한마리
괜스레 마음만 애달아
길게 누운 그림자 이리저리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