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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Dec 15. 2023

석양

시 쓰는 이야기

석양  /  유복녀


해질녘

산마루로 기우는 붉은 햇살에

미처 재를 넘지 못한 산 그림자

눈에 익은 길가 찾아 성급히 모로 눕고


한낮 뜨거운 열기로

털썩 주저앉았던 들꽃

주춤주춤 허리 펴

바람결에 옅은 향기 실어 보낼 때


담배 연기 뿜으며 한숨 날리던

나그네의 처진 어깨 위로

잘게 부서진 햇살 한 가닥

미련처럼 내려앉아

마지막 온기 다해 위로하는 시간


하루살이 나그네의 긴 그림자는

낮은 담벼락 안으로 더 깊게 드러눕고

종일토록 기다림에 서성이던 늙은 개 한마리

괜스레 마음만 애달아

길게 누운 그림자 이리저리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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