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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두 Nov 08. 2024

출근길, 날 노려보던 두 개의 눈알

날 노려보던 눈알에 대한 분개 20화


오늘은 출근길에 기름을 넣어야 해서 20분 일찍 집에서 나섰다.

기름 넣는데 5분이 소요됐기에 15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도로마저 한산하다 보니 내가 누릴 수 있는 여유는 30분으로 늘어났다.


가장자리 차선으로 천천히 천천히 달렸다.

바쁘게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먼 산의 능선도 보고, 그 위에 걸쳐져 있는 구름도 봤다.


10년 전 이맘때쯤 세상을 떠났다는 마왕의 노래도 따라 불렀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로 시작해,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을 거쳐,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로 넘어갔다.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는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부분만 했다.

평소에는 건너뛰던 랩도 따라 해 봤다.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그때였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느껴진 건.





내 앞 차량에 박힌 두 개의 눈알이 날 노려보고 있는 거였다.


도대체 왜 날 째려보시나요?


그때부터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마구마구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그 차를 추월하기로 했다.

바로 속도를 높여 그 차를 추월해 조금 달리다 다시 2차선으로 되돌아갔다.

그러곤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부르던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또다시 느껴졌다.

백미러를 보는 순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와 같은 동그란 두 눈이 이번엔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참내!  앞에도 눈알 달린 차는 난생처음 봤다.




 


덧붙임: 이야기 사이에 끼워 넣은 두 장의 사진은 제가 찍은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잠시 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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