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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날도 춥고, 마음도 춥고
대상 없는 분개 22화
by
완두
Dec 8. 2024
어수선한 시국 때문에 마음이 몹시 춥다.
오늘 새벽에 목욕탕에 갔다.
몹시 귀찮았지만, 몸이 너무나 찌뿌둥해서 벌떡 일어나서 갔다.
어스름이 아직 사라지기 전이었다.
어둠침침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두 개의 승강기 중 하나가 멈춰 서 있기에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서 목욕탕이 있는 5층을 눌렀다.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그대로 1층이었다.
다시 5층을 눌렀다.
그런데 5층에 들어왔던 빨간 불이 금세 사라져 버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5층을 취소한 것처럼.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얼른 밖으로 나와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승강기 역시 같은 상태였다.
5층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긴 하는데 잠시 뒤 그 불이 사라지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비상계단으로 올라갔다.
아직 어둠이 가시기 전, 음산한 건물 계단을 걷는 기분은 참으로 으스스했다.
5층에 도착해 목욕탕의 밝은 불빛 안으로 들어서자, 내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몇 초 후에 다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평화롭게 내리는 사람을 보니 저절로 나온 한탄의 한숨이었다.
무사히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들고 갔던 목욕용품을 정리하는데 그 안에서 뭐가 툭 떨어졌다.
저걸 돌려주러 가야 하는데, 정말 가기 싫다.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하다가
,
하루가 다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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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난이도 최상인 딸아이와 난이도 최하인 아들 녀석, 그 둘의 평균값을 내면 대한민국 평균 치쯤 되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23년 차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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