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운

by 길벗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바뀐 듯하다.

한 움큼 쥐고 세수라도 하고 싶은

상큼한 바람,

목을 한껏 뒤로 젖혀 우러러보게 되는

파아란 하늘,

모처럼 면목이 서는 듯

의기양양 복음을 전하는

기상 캐스터의 청량한 목소리.


긴팔 소매를 꺼낼까 말까

시원한 고민도 해 보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가게는 문 활짝 열고

여름을 내보내고

가을을 들이고 있고

수족관에는 '가을 전어'가

입맛 술맛을 자극한다.

공원 한편 햇살에

널어놓은 고추와

벤치에 앉아

바지를 무릎까지 끌어올린

할머니의 종아리가

하늘로부터 축복 세례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모두의 표정에서

땀 흔적은 사라지고

가을 기운 물씬하다.


단풍나무 이파리 몇 잎에

붉은 기운이 살짝 보인다.

순간 "오매, 단풍 들겠네"라며

어디선가 기분 좋은

호들갑 떠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골목도 공원도 활기 가득,

딱 명절 분위기다.

이런 날은 '번개 국경일'로 정해

모두가 지난여름의

고온다습한 기운을

씻어내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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