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꽃
- 유안진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生家)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저녁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 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밭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핏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나 지방도를 탈 때가 있다.
비록 잠시 스쳐지나치는 여정일지라도
정겹고 여유로운 시골 풍경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여행의 경로가
또 하나의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한적한 곳을 달리다 보면
확실히 예전과 다른 풍경이다.
집과 마을은 그대로이나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적이 아예 없다.
어쩌다 낮은 담 너머로 줄에 걸린 빨래가 보이고
유모차에 의지해 길을 건너는 촌노라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이른 어둠이 밀려올 무렵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폐가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해
휑한 가슴에 추억 한자락 반짝이며 피어오른다.
사람이 꽃이요,
진정한 풍경은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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