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그린 모네의 작품

by 길벗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를 하지 않던 때였던가,

어느 날 사패산을 올라 능선에서 도봉산과 북한산 연봉을 바라보니

옅은 안개 탓에 산과 산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

산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이 또 다른 산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

카메라에 담고 보니 흐릿하고 뿌옇게 보이는 게

연한 채색을 한 수묵화처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미세 먼지투성이였고

미세먼지가 만들어 낸 작품이었던 것.


클로드 모네를 감상하다가

뭔가 낯익은 분위기의 몇몇 작품에 주목하게 되었다.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희끄무레한 풍경이

오래전 내가 담은 풍경 사진을 떠올리게 했던 것.

모르는 게 독인지 약인지,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미세먼지를 들이켜가면서 작품을 만들었고

나 역시 미세먼지인 줄도 모르고 풍경을 담아냈으니

보는 눈은 다 같구나, 이렇게 우리는 미세먼지로 서로 통(通)한 것이다.

SE-8ba9aed9-261a-4ec3-8d11-a513bc948af8.jpg?type=w1 2015년 12월 사패산에서 바라본 도봉산 북한산


알다시피 런던은 안개의 도시다.

특히 19세기 말, 런던은 산업 혁명의 부산물로

스모그 현상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배나 기차,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와 석탄 연소 가스가

안개와 섞이면서 짙은 스모그 현상을 나타냈는데

이 스모그는 빛을 흡수하고 산란시켜

노란색, 갈색, 검은색 등 색색의 안개 스펙트럼을 만들어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이 없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미세먼지가 낀 짙은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런 도시 풍경이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특히 빛을 중시하는 인상파 화가들을 사로잡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화가들은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빛의 효과를 묘사했다.

대표 인물이 클로드 모네다. 그는 런던을 여행하며

템스 강변의 워털루 브리지, 채링크로스 브리지, 웨스트민스터 궁 등을

그렸는데, 어떤 건축물보다 도시를 장악한 신비로운 안개에 집중했다.

심지어 대기 상태가 맑은 날에는

'안개가 한 줌도 없다'라며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모네는 스모그가 자욱한 도시에서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빛의 효과를

포착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캔버스를 놓고 작업했다.

SE-5b7e5526-7e8a-4d98-bb0a-2194b15a4e20.jpg?type=w1 <웨스트민스터 브리지 아래 템스강>, 1871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SE-c2c2610a-3b6d-44ff-98fb-5cf09f9fee13.jpg?type=w1 <런던 국회의사당>, 1900~1901년, 시카고 미술관
SE-68698b67-e8e0-4f73-814c-5088b37a9726.jpg?type=w1 <갈매기, 템스강, 국회의사당>, 1903년, 프린스턴대학교 미술관
SE-9aafb6c3-6c7a-4d6c-880e-4dffe4708bf9.jpg?type=w1 <런던 워털루 브리지>, 1902년,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SE-39def473-5219-4ae8-bd06-1fd92516b434.jpg?type=w1 <런던 워털루 브리지>, 1903년, 에르미타주 미술관
SE-5429dca8-b75b-45cd-8720-47baaffc88f1.jpg?type=w1 <채링크로스 브리지>, 1903년, 리옹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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