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좋겠다.
찔끔 내리는 눈이 아니라
함박눈이 펑펑
한없이 쏟아지면 좋겠다.
어느 날 아침 눈 떠보니
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채 파랗게 개여 있고
온 천지에 순백의 평화 가득한 모습!
사람들은 반사되는 눈에
눈을 뜰 수조차 없어
지하철도 회사도 택배도
모두가 멈춘 고립무원의 세상!
폭설이 내려
모두가 하루 이틀 쉬면 좋겠다.
첫눈 오는 날을 국경일로 정한
마음 부자 나라도 있다는데,
국민 모두 며칠 일 안 한다고
나라가 안 돌아가면
그게 어디 나라인가.
순백의 아름다움 앞에
이 풍진세상의
모든 복잡한 머릿속
계산도 지우고
눈에 파묻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지워지면 좋겠다.
더 이상 무얼 바라는 것도 없는 날.
은빛 고요의 완벽한
설국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