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소감

by 길벗

새해라고 해도 새로울 건 없지만 유독 내 나이는 여느 때와 확연히 다르다. 우리 나이로 '무려' 칠순이 되었다. 70이라는 숫자를 떠올릴 때마다 기저질환을 나타내는 질병코드라도 되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 든다.


50, 60살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70이 쳐들어 오다니! 70이 된 내 기분이 어떤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돌이켜보면 50은 어! 어! 이게 아닌데, 어영부영하다 한 골 먹듯이 내게 왔다. 60은? '기어이' 60에 들어섰구나. 내가 이렇게 나이 먹을 줄 몰랐다. 솔직히 겁이 났다. 내 정신은 말짱하고 내 몸도 쓸 만한데, 그 옛날 60~70년대 동네 할아버지들의 면모를 떠올려 보니 만만치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의 주름과 걸음걸이, 말투와 기침 소리까지. 그래도 내 나이 60 중반까지는 무난했다. 문제는 중후반부터였다. 몸의 여기저기가 "이제 나도 좀 봐 달라"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근골격계 전체가 삐걱거리는 느낌. 잘못된 자세와 오래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33년여의 직장 생활이 남긴 대가였다. 운동으로 교정을 하고 근력을 단련해 보려 했지만 무리한 운동으로 오히려 퇴행을 앞당기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복병도 만났다. 백내장 수술과, 그리고 협심증으로 인한 스텐트 시술이다. 교체 멤버도 없는데 옐로카드를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시쳇말로 한창때를 구가했다. 자주 산을 오르고 여행 다니고 술과 음식을 즐기고 심지어 담배까지.


70은? 나이는 언제나 낯설지만 70은 낯섦의 결이 확연히 다르다. 이제 매 순간 무얼 해도 나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 80은 어떨까. 그때는 더 심상찮을 듯싶다.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침상에 누워 치아에 마우스피스를 무는 순간, 아!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는 그런 체념 상태가 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90은? 그때까지 살아 있을 확률은 몹시 희박하지만, 만약 살아 있다면 산전수전을 다 겪고 겨우 구조(?) 된 상처투성이의 생존자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살아남긴 했으나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얼마나 잘 살 수 있을까. 먼저 떠난 친구들을 떠올리며, 여생이 몹시 공허하고 쓸쓸해질 것만 같다.


나는 70에 들어선 걸 '안착'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뒤돌아 보니 제법 먼 길을 왔다. 이 험한 세상에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어딘가. 정말 수고 많았다. 나는 내게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산도 7부 능선쯤 오르면 저 아래 풍경도 한눈에 들어오고, 오르는 동안 누릴 것은 거의 다 누린 셈이다. 피톤치드와 음이온도 마음껏 들이켰고, 바람도 맞았고, 땀도 제법 흘렸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봤자 바람과 추위로 채 5분도 머물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하산해도 무방한 지점, 그러니 내 나이 70을 마음 편히 받아들인다. 나의 브랜드 'Since 1957', '오래됨'의 품격을 생각하면서 넉넉하게, 곱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Welcome, my 70's.



거창군 위천면 수승대의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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