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람 전기, <매화초옥도>

by 길벗


고람(古藍)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란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정 우리 유물 100선'에 꼽힌 적도 있다.

SE-52caf65a-33b6-48aa-8add-207da74acfa8.jpg?type=w1 고람 전기, <매화초옥도>, 19세기 중엽, 종이에 엷은 색, 32.4x36.1cm, 국립중앙박물관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처럼 매화가 활짝 피었다. 벗을 초대해 설중매(雪中梅)를 감상하며 매화음(梅花飮)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날이다. 기별을 넣었는지 때마침 눈과 매화와 대비되는 화려한 옷을 입은 벗이 어깨에 뭔가를 메고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깥에서 객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주인이 차분하게 책상에 앉아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리 벗이 좋고 설중매도, 매화음도 좋다지만 어찌 이 눈 속을 뚫고 올 수 있으랴, 주인은 벗을 포기한 것이다. 아니면 깜짝 쇼처럼 예고 없이 벗이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매화꽃 피듯 눈 내리듯 소리 없이 찾아온 벗, 함박웃음 짓는 주인. 둘의 만남 그 이후는 안 봐도 비디오다. (놀랍게도) 이 작품에는 으레 데리고 다니는 어린 시동의 모습이 안 보인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매화 필 무렵의 섬진강변이 그려진다. 한 쪽으로는 멈춘 듯 흐르는 강물에 얼비치는 꽃 그림자, 그리고 하얀 꽃구름 동산을 이루는 산촌의 정취. 마음은 속세를 벗어나는 탈속을 꿈꾸는데 몸은 그림 속 주인처럼 집에서 벗이 찾아주기를 기다린다. '꽃 보면 반갑고 잔 잡으면 웃음'나는 푸른 봄날(靑春), 벗들이랑 봉은사 홍매 구경하고 연둣빛 봄물 같은 소주 한잔 기울일 날을 염주알 세듯 손꼽아 기다린다.


SE-6ca2be72-a015-43d1-aeb8-30faffea2227.jpg?type=w1 매화초옥도를 배경으로 한 조선 백자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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