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이 부쩍 늘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직장 다닐 때도,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빵, 과자, 순대, 떡볶이 따위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술 담배를 즐겼기에 그런 것들이
전혀 당기지가 않았고 결정적으로는
퇴근 전 술시(?)나 반주를 앞두고
배가 부르면 저녁 술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담배도 끊고 반주도 아주 가끔 하는 데다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입까지 심심해지는지
수시로 군것질거리를 찾는다.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는 오전 오후,
두 번이나 군것질을 하는 게 나의 일상의 루틴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생강차에다 과일과 견과류만 먹다가
이제 초코파이, 쿠키, 빵까지 추가되었다.
왜 그리 달고 맛있는지, 마치 소풍 나온 기분이 들었다.
먹고 싶은 걸 참는다는 건 고문이다.
그래서 입맛 당기는 대로 먹기로 했는데
문제는 몸에 미안하다는 것.
먹고 나선 자책까지 하게 된다.
늘 먹느냐, 마느냐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어느 날 문득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 생각났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아 이것마저 없다면.'
이게 시의 전부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고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데
먹는 거 가지고 나 자신과 싸울 필요가 있을까.
유치원 종일반 아이처럼
거의 매일 집콕만 하는 백수에게
달달한 군것질의 즐거움마저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