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 꽃 설화
-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 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가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 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 가랑비 내리고 치자 꽃 피어 있고 쑥국새 우는 산중 암자.
서정적인 분위기 가득한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 장면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여인을 돌려보낸 스님이 법당에서 기도를 한다.
흐느끼는 듯 훌쩍이는 듯 가랑비 내리고
가랑비 소리에 묻힌 기도 소리는 울음에 가깝다.
감정이 한껏 고조된 스님은 마침내 목탁도 바닥에 내팽개치고
엎드려 본격적으로 우는 듯하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여자를 몰래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얼마나 사랑의 힘이 크길래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라고 할까.
낭랑한 목소리의 해설을 곁들인 한 편의 영상을 감상하는 듯하다.
통속적이고 신파적인 스토리지만 애잔하고 숙연한 분위기에
절로 감정이 이입돼 괜스레 서럽고 슬퍼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