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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너의 청춘

by 따뜻

쉬는 시간,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

우리 반 나몽이 밖에 서 있다.

전부터 본인이 짝사랑 진행 중임을 고백했던

바로 그 학생 말이다.


슬쩍 불러 친근하게

그래, 네가 말한 짝사랑 상대가 누구더냐고

또 오지랖을 부린다.

학생의 고민에

교사로서 관심을 가져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선생님도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발동하여서.


"선생님도 알아요~!"


또 그런다.

아니, 내가 아는 학생이 몇 명인데, 이걸 힌트라고 주는 거야?


"몽골 사람이에요? 그럼?"


이거, 뭐 스무고개야?

아, 쉬는 시간도 별로 안 남았는데 그냥 교실로 들어갈까?


"아니에요, 선생님"


야..따로 만나보지도 않았고, 같은 반이 되어본 적도 없는데

그저 외모만 보고 좋아하다니.

젊은 애다운 단순한 사랑이 부러웠다.


이미 상대에게 찾아가

나는 네게 관심이 있다고 고백까지 했단다.

그의 대답은,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이 났는데

"고맙다"였다고 한다.

아마 이런 고백을 많이 해본 여학생인 듯하고,

역시 이런 고백을 많이 받아본 남학생인 듯했다.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화끈한 그녀는

과연 이 짝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은

타이밍이고,

양방향으로 서로가 함께 좋아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하였으며

눈에 씌인 콩깍지인 데다가

열병처럼 왔다가

언제라도 싸늘히 식을 수 있으니

그러지 않도록 부지런히 불을 지펴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고 웃음도 나지만

슬픔에 아픔에 두려움도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나몽은 아마 알고 있을 터.


아니지.

아직은 몰랐으면.

그저 지금 그 설렘을 그저 누렸으면.


그치만 40대인 내가 생각하는 사랑도

아직 이 정도뿐이다.

사랑은 이러한 말들 말고도

여러 가지로 또 다르게 묘사되고 표현될 수 있겠지.

나도 아직 모르는,

우리 엄마, 아빠는 알고 계시는.

우리 엄마 아빠도

내가 나몽에게 그렇듯이

내가 사랑에 대해 딱 이정도만 알기를

바라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경험하고

배워나가고

버릴 건 버리고 고칠 건 고쳐나가며

한 겹 한 겹 쌓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도무지 어려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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