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제16화
<제2막> - 1장
조명 밝아지면 거실에 모여 있는 수영, 보성, 영란, 진순, 지연. 아무도 말이 없다. 긴 침묵.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한 영란.
수 영 어디 밖에 있는 거 아닐까요?
보 성 다 찾아봤어요.
진 순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곳 말고 더 갈 곳이 어디 있겠어.
보 성 우리가 모르는 곳이라면 모를까.
보성의 말에 진순이 놀라고, 사람들 역시 보성을 쳐다본다.
수 영 그게 무슨 소리야?
잠시 사이. 진순이 보성에게 다가가 눈짓을 한 후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지 연 두 사람 어디 가게요?
진 순 여기 이렇게 모여 있는다고 사라진 사람이 갑자기 나타날 것도 아니잖아.
수 영 그래도 사람이 사라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할 지 다 같이 얘기라도 나눠봐
야……
진 순 무슨 얘기? 우리가 무슨 해결책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 이곳에서 우리 목숨은
개미 목숨보다 못하다고.
진순과 보성이 밖으로 나간다. 영란이 어딘가 불편해한다.
수 영 너 어디 아파? 왜 그래?
영 란 아무것도 아니야. (일어서며) 나 좀 쉬어야겠어.
지 연 (잠시 사이) 나도 방에 가 있을게요.
영란과 지연이 퇴장하면, 수영이 혼자 남아 공간의 여기저기를 살피다 털석 주저앉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성한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한을 발견한 수영이 놀라 벌떡 일어난다. 성한이 눈짓을 하면 성한을 따라 식당 쪽으로 사라지는 수영.
무대 다른 쪽. 진순과 보성.
진 순 수영이 그 친구한테 물어봤나?
보 성 아뇨. 기회가 없어서 아직.
진 순 잘했네. 그 친구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보 성 형이요? 어떤……
진 순 밤에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몇 번 봤네. 집사하고 같이.
보 성 예?
진 순 아무튼 당분간 수영이 그 친구,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진순의 말에 보성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사이.
보 성 수찬 형님은 괜찮을까요?
진 순 알 수 없지. 우리가 여기 잡혀 온 이유처럼. 하나같이 다 알 수 없는 것들뿐이야.
보 성 (갑자기 떠오른 듯 팔을 걷어 올리며) 저, 이거 좀 보세요.
수 찬 (보성의 팔을 들여다보며) 이게 다 뭔가?
보 성 여기 오고부터 계속 생기는 자국이에요. 형님도 한 번 보세요.
진순도 팔을 걷어본다. 진순의 팔에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진 순 난 없는 것 같은데.
보 성 (진순의 팔을 살피며) 아니요. 형님도 있어요. 자국이 오래돼서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아무래 도 주삿바늘 자국 같아요.
진 순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우리 몸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는 건데.
보 성 피를 뽑았다면 혈액으로 뭔가를 검사하거나 연구하는 걸 거예요. 그리고 뭔가를 주입하는 거라
면 우리 몸 자체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는 거겠죠.
진 순 역시 뭔가가 있어. 아무 이유 없이 여기 가둬놓은 게 아니야.
보 성 그렇다면 수찬 형님은ⵈⵈ.
잠시 사이.
진 순 일단 상황을 보자구. 이럴 때일수록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돼.
보성과 진순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