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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성 Oct 17. 2023

자발적 자유2_열여섯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6


<2> - 1

조명 밝아지면 거실에 모여 있는 수영, 보성, 영란, 진순, 지연. 아무도 말이 없다. 긴 침묵.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한 영란.     


수  영          어디 밖에 있는 거 아닐까요?

보  성          다 찾아봤어요.

진  순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곳 말고 더 갈 곳이 어디 있겠어. 

보  성          우리가 모르는 곳이라면 모를까.       


보성의 말에 진순이 놀라고, 사람들 역시 보성을 쳐다본다.   

   

수  영          그게 무슨 소리야?     


잠시 사이. 진순이 보성에게 다가가 눈짓을 한 후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지  연          두 사람 어디 가게요?

진  순          여기 이렇게 모여 있는다고 사라진 사람이 갑자기 나타날 것도 아니잖아. 

수  영          그래도 사람이 사라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할 지 다 같이 얘기라도 나눠봐

                  야……

진  순          무슨 얘기? 우리가 무슨 해결책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 이곳에서 우리 목숨은

                  개미 목숨보다 못하다고.         

  

진순과 보성이 밖으로 나간다. 영란이 어딘가 불편해한다. 

     

수  영          너 어디 아파? 왜 그래?

영  란          아무것도 아니야. (일어서며) 나 좀 쉬어야겠어.

지  연          (잠시 사이) 나도 방에 가 있을게요.     


영란과 지연이 퇴장하면, 수영이 혼자 남아 공간의 여기저기를 살피다 털석 주저앉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성한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한을 발견한 수영이 놀라 벌떡 일어난다. 성한이 눈짓을 하면 성한을 따라 식당 쪽으로 사라지는 수영. 

무대 다른 쪽. 진순과 보성.     


진  순          수영이 그 친구한테 물어봤나?

보  성          아뇨. 기회가 없어서 아직.

진  순          잘했네. 그 친구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보  성          형이요? 어떤……

진  순          밤에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몇 번 봤네. 집사하고 같이. 

보  성          예? 

진  순          아무튼 당분간 수영이 그 친구,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진순의 말에 보성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사이.              


보  성          수찬 형님은 괜찮을까요?

진  순          알 수 없지. 우리가 여기 잡혀 온 이유처럼. 하나같이 다 알 수 없는 것들뿐이야. 

보  성          (갑자기 떠오른 듯 팔을 걷어 올리며) 저, 이거 좀 보세요. 

수  찬          (보성의 팔을 들여다보며) 이게 다 뭔가?

보  성          여기 오고부터 계속 생기는 자국이에요. 형님도 한 번 보세요.   

  

진순도 팔을 걷어본다. 진순의 팔에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진  순          난 없는 것 같은데.

보  성          (진순의 팔을 살피며) 아니요. 형님도 있어요. 자국이 오래돼서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아무래                    도 주삿바늘 자국 같아요. 

진  순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우리 몸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는 건데. 

보  성          피를 뽑았다면 혈액으로 뭔가를 검사하거나 연구하는 걸 거예요. 그리고 뭔가를 주입하는 거라

                  면 우리 몸 자체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는 거겠죠.

진  순          역시 뭔가가 있어. 아무 이유 없이 여기 가둬놓은 게 아니야.

보  성          그렇다면 수찬 형님은ⵈⵈ.    

 

잠시 사이.     


진  순          일단 상황을 보자구. 이럴 때일수록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돼.  

   

보성과 진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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